자랑스러운 세계 13위의 쾌거?

우리나라는 1951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60여년의 시간 동안 꾸준히 쌓아온 ‘이것’ 덕분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여러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가 됐습니다. 세계 13위. 엄청난 순위죠? 지구촌 13위란 높은 순위를 본다면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드는데요.

그러나 어느 분야에서 ’13위’를 달성했는지 알게 된다면, 이 순위에 절대 박수를 보내지 못할 텐데요. 우리나라가 13위를 달성한 지표는 기후변화의 역사적 책임 척도인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기 때문입니다.

 

© 데이터 모니터링 사이트 OWID, 홈페이지 갈무리
* 1751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배출량,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위 13위와 직접 관련성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70~80%로 높은 수출 국가입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던 근간에는 제조업이 있는데요. 반도체, 철강, 기계,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제조업 분야가 선방한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허나, 석유화학과 철강 등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제조업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업종으로 기후변화의 주범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째깍 째깍…에너지 전환에 들어간 시간? ⚡

미국, 중국, EU, 일본 등 전 세계 134개 국가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는데요. 올해 상반기에는 우리나라 탄소중립 목표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최상위 거버넌스인 탄소중립위원회는 ‘우리나라 탄소중립 컨트럴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에너지 혁신, 경제, 산업, 과학 기술 등 8개 분과위원회에서 탄소중립 이행 전략을 수립해 이를 모든 부처가 실행에 옮기는 것을 목표로 하죠. 탄소중립 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는 책임 기관이 등장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는데요.

영국 기후 전문 씽크탱크인 엠버(EMBER)가 발표한 ‘2021 글로벌 전력 생산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 속도는 주요국보다 한참 뒤떨어진다고 합니다. 전체 전력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석탄 발전의 감소폭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뒤쳐진 것으로 집계됐죠.

 

© 제주도 해상풍력 단지_insung yoon, UNSPLASH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제조업 중심이니 어쩔 수 없어”라는 식의 변명은 이제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 같습니다. EU와 미국은 탄소국경세를 도입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관세를 더 부과해 탄소발자국을 남긴 대가를 치르겠다고 하는 중이죠. 탄소국경세가 본격 도입되면,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 기업들은 1,000조 원이란 천문학적 금액을 감당해야 한단 우려가 나오고 있죠.

 

우리나라와 비교할 대상을 찾자! 🤔

우리나라가 북유럽 국가들의 신재생에너지 성공담을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요? 그럼 한국과 조건이 비슷한 나라를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아래는 우리나라가 가진 조건을 나열한 것인데요. 비슷한 조건을 가진 나라가 또 있을까요?

  • ☑️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이다.
  • ☑️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제사회 담론에 적극적이다.
  • ☑️ 3면이 바다인 한반도와 비슷한 환경을 가졌다.
  • ☑️ 아시아 국가다.
  • ☑️ 화석연료 및 석탄발전에 의존한 수십여년의 성장 역사를 가지고 있다.

 

© Ryoji Iwata, UNSPLASH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가 있는데요. 바로 이웃나라, 일본입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인 2020년 10월 28일, 탄소중립을 선언했는데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내각이 들어서면서 기후 문제에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전력 회사들의 탈탄소 움직임도 본격화됐는데요. 한국전력공사 경제경영연구원에 의하면, 일본 전력 회사들은 정부 선언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연료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 국가별 태양광 누적 설치량_IEA 2021 자료, 갈무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한때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는데요.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방사능 공포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체 발전의 30%를 차지하던 원자력 발전이 사고로 가동을 중지하며, 일본 기업들은 앞다퉈 LNG 등 화석연료를 대규모로 수입하고 투자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대표적인 무역흑자국인 일본은 2012년 상반기 무역 적자를 기록했는데, LNG·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수입의 급격한 증가가 주요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화석연료 의존이 전력비용 상승을 유발하는 등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일본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대한 발전차액(FIT) 도입 등 신재생에너지에 눈을 돌렸는데요.

2019년 기준 일본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8%이며, 오는 2030년까지 36~38%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인데요. 현재 일본 내 설치된 태양광 발전용량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인 67GW로 우리나라 15GW의 4배를 초과합니다. 또 1인당 태양광 전력 사용량은 세계 2위를 차지한다고 하죠. 더불어 일본은 해양국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해상풍력 발전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부유식 풍력발전 등 기술 개발을 통해 해외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비용 절감이 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을 통해 추후 해외 시장 선점까지 노리는 중입니다.

원전 사고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 이 선택에 따른 정부의 공격적인 탄소중립 전략 수립이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인 일본을 만들었습니다.

 

© Marcel Strauß, UNSPLASH

일본 외에도 독일 등 제조업 국가로 출발해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대대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은 국가들은 많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에너지 전환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2050년 탄소중립 약속을 지키는 날이 왔을 때, 우리나라의 성적표가 산업 구조를 핑계 삼아 에너지 전환에 더딘 행보를 보여 기후변화 대응 실패 국가로 남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134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탄소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됨과 동시에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죠. 이에 그리니엄은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통해 해외 탄소중립 현황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1편_[먼나라 이웃나라] 일본 2050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비중 ↑

2편_[먼나라 이웃나라] 원전 사고 공포…그럼에도 불구하고.

3편_[먼나라 이웃나라] 일본 2050 탄소중립 핵심 기술과 정책은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