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ZeroWaste). 이 단어가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사는 요즘입니다. 현재 제로웨이스트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쓰레기 없는 삶을 지향하는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일회용품 등 쓰레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캠페인이죠. 일상 속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최근 국내에도 제로웨이스트 가게와 리필 스테이션 등이 설치되며, 일상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돕는 곳들이 생겼는데요. 지난해 기준 90여곳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으나, 여전히 수도권 중심으로 가게들이 형성되고 있어 접근성이 낮은 편이죠. 소비자들은 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는데요. 쓰레기는 최소화하고 거리도 가까운 제로웨이스트 가게는 없을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구독경제와 제로웨이스트를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 a bit less store, 홈페이지 갈무리

 

자전거 타고 찾아가는 제로웨이스트, 더 라운즈 🚲

포장재 없는 물건만 파는 제로웨이스트 가게. 꼭 가게여야 할까요?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제로웨이스트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더 라운즈(The Rounds)’는 제로웨이스트 생필품과 식료품을 배달하는 스타트업체입니다. 더 라운즈는 서비스를 구독한 고객 집에 찾아가, 식료품 배달 및 생필품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육아 및 애견 용품 등 서비스 품목이 다양하고, 개인별 리필 금액은 월 6달러에 불과하죠. 또 더 라운즈는 차량이 아닌 자전거를 통해 배달해 탄소배출량을 줄인다고 하는데요.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 덕에 얼마전 수도 워싱턴DC로 서비스를 확장했다고 합니다.

 

© The Rounds, 홈페이지 갈무리

더 라운즈의 공동 창업자인 알렉산더 토리(Alexander Torrey)는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 포장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보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는데요. 2019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던 도중 고병우 씨를 만나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제 창업으로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더 라운즈의 초기 회사명은 우유 배달부를 뜻하는 ‘Mlkmn’이었는데요. 초기 사업 모델이 낙농가에서 직접 짠 우유를 소비자 집으로 바로 배달하는 ‘농장 우유 배달’에서 착안했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매일 지속가능한 선택을 쉽게 하도록 돕는다’는 회사의 비전을 표현하기 위해 더 라운즈로 회사명을 변경했는데요. 매주 고객들이 필요한 물건을 배달하고, 생필품을 주기적으로 리필해주는 과정이 두 창업자가 생각한 순환경제와 더 잘 맞아 떨어졌다고.

더 라운즈는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한 명당, 연간 약 50파운드(약 23kg)의 포장 폐기물을 절약할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직접 제조사를 찾아가 중간 유통을 없애 가격 거품을 빼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더 라운즈는 제품 품목 및 서비스를 다양화하도록 노력 중이며,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 합니다.

 

© REFILLABLE, 홈페이지 갈무리

구독경제와 제로웨이스트의 만남? 세계적 트렌드! 🔔

소비자가 일정 기간 금액을 지불하면, 필요한 제품을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제 활동. 이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 부르는데요. 종이신문·잡기 등 정기간행물, 우유·식료품이 집 앞으로 배달되었던 초기 구독경제는 모빌리티나 OTT 플랫폼을 거쳐 제로웨이스트에도 손을 뻗고 있죠. 처음에는 특정 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추후 이를 확장해가는 형식인데요.

‘리필러블(Refillable)’이란 인도 스타트업체는 샴푸, 린스, 세재 같은 생필품 리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더 라운즈와 마찬가지로 리필러블 또한 농장 우유 배달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고객들이 온라인 앱으로 제품이나 리필 서비스를 주문하면, 예약 당일 리필 트럭이 소비자에게 찾아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인도네시아에도 ‘시클루스(Siklus)’란 업체도 제로웨이스트 제품 및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자사 앱을 구독한 고객이 호출하면, 리필 자전거가 고객 집까지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죠. 소비자가 직접 제로웨이스트 가게에 방문하는 것보다 최대 30% 할인되는데요. 지구 반대편 남미 칠레에 소재한 ‘알그라모(Algramo)’란 스타트업체도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제품과 리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네슬레나 유니레버 같은 다국적 기업과 제휴를 맺고 관련 제품들을 판매 중에 있으며, 자사 앱을 통해 서비스를 호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개인위생용품을 판매하는 미국의 ‘바이 휴먼카인드(byHumanKind)’의 경우 고체형 치약을 재사용 용기에 담아 구독자에게 정기적으로 배송하고 있죠. 위에 소개한 사례 모두 최근 1~2년 이내 설립되거나,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제로웨이스트와 구독경제를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가 ‘혁명’이란 단어와 함께 등장하며,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죠.

 

© 강원도 춘천시에서 운영 중인 리필 트럭 ‘담아가게’_행정안전부, 갈무리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리필 스테이션, 제로웨이스트 매장이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관련 서비스가 극소수에 불과한데요. 이동식 리필 서비스의 경우 올해 5월 행정안전부와 강원도 춘천시에서 리필 트럭 ‘담아가게’가 지자체로는 최초였습니다. 다만, 담아가게는 춘천시 곳곳을 정기적으로 돌아다니며 불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제로웨이스트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기업 ‘다시채움’의 이야기인데요.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정기구독 이용횟수를 정하고, 필요한 시점에 세제를 리필하는 방식입니다. 세제 리필을 원하는 일자에 리필카가 방문하는 형식인데요.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등의 리필이 가능하죠.

 

© Siklus,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에는 쓰레기 저감 필요성과 ESG 경영 차원에서 유통업계도 리필과 구독경제를 결합한 모델에 주목하고 있단 소식도 들려옵니다. 흔히 제로웨이스트는 편리함을 포기하고 환경을 택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렇다고 ‘편리함’을 마냥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쉽게 실천하기 위해선 접근성을 높이고, 관련 경험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더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