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뉴욕시는 신축 건물에 천연가스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코리 존슨 뉴욕시의회 의장은 “이 법안은 2050년까지 우리가 더 친환경적인 미래로 전환하고 탄소중립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는데요.

뉴욕시가 아닌 천연가스 사용을 금지해야 한단 목소리는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는 도시의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지목받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일상과 친숙하나, 건강과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가스레인지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지구촌은 지금, 가스레인지 설치를 금지하는 중! 🚫

앞서 말한 대로 뉴욕시는 건물 냉난방과 조리 등에 사용되는 천연가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7층 이하의 신축 건물은 오는 2023년 12월부터, 8층 이상의 건물은 2027년부터 법안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요. 단, 병원과 세탁소 등 일부 건물은 제외됐습니다.

법안 통과 당시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가 천연가스 이용을 금지할 수 있다면 다른 도시들도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사실 미국 최초로 천연가스 사용을 금지한 곳은 캘리포니아주의 버클리시입니다. 2019년 7월, 버클리시의회는 만장일치로 신축 건물에 천연가스 연결을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는데요. 버클리시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덴버 등 미국 내 주요 도시들이 잇따라 천연가스 사용을 금지하거나 억제하기 위한 법안을 제정하거나 제안한 상황이죠.

유럽 또한 천연가스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프랑스는 당장 올해부터 건축 허가를 받은 신축 주택에 가스보일러 설치가 사실상 금지됩니다. 영국도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축 주택에 천연가스와 기름 보일러 설치를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 greenium 편집

가스레인지, 가스 오븐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

세계 곳곳에서 이런 결정이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지난 2020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공중보건대학원에서 나온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UCLA 환경보건과학부의 이팡 주 교수는 가정 내 가스레인지가 실내 공기질과 공중보건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요.

실내 공기질을 조사한 결과, 가스레인지와 가스오븐 등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주방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이산화질소(NO2) 등 질소산화물(NOX)를 비롯해 일산화탄소와 미세먼지 그리고 포름알데히드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광범위하게 배출됐습니다.

이 중 포름알데히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발암물질인데요. 이산화질소는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입니다. 주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해당 물질들이 심혈관질환이나 조기 사망 등 각종 급성·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특히, 가스레인지와 가스 오븐을 1시간가량 동시 사용하는 시나리오서 실내 공기질이 매우 악화됐단 결과가 나왔는데요. 시나리오 결과, 90% 이상의 상황에서 요리 중 발생한 이산화질소의 최고 농도는 미국 국가와 캘리포니아주 대기질 표준을 모두 초과했단 사실이 발견돼 충격을 줬습니다.

아울러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 화합물과 반응하면 오존(O₃)이 생성되는데요. 오존층으로 잘 알려진 오존은 도움을 주기는 하나, 애초에 산화력이 강해 인체에 해롭죠. 장시간 오존에 접촉할 경우 호흡기를 해치기 때문입니다.

 

© Rob Jackson, Stanford University

특명, 불 꺼진 가스레인지도 다시 보자! 🔥

가스레인지는 건강과 함께 기후변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가스레인지는 대개 천연가스를 초저온으로 냉각한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도시가스’로 부르는 LNG의 주성분은 메탄(CH4)으로 이뤄져 있죠. 문제는 가스레인지를 끈 상태에서도 메탄이 누출되고 있단 사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환경과학기술 저널에 게재한 연구에 의하면, 스토브*를 끈 상태에서도 메탄가스가 배출됐는데요. 미국 가정에서 스토브를 사용할 때 시간당 평균 259㎎CH4가 누출됐습니다. 스토브를 끈 상태에서는 시간당 평균 57.9㎎CH4가 누출됐다고.

또한, 스토브 버너를 점화하고 소화할 때도 순간적으로 평균 45.9㎎CH4의 메탄이 방출됐는데요.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한 가정이 배출하는 메탄은 평균 649gCH4에 달한다고.

*스토브: 가스레인지와 가스 오븐을 모두 포함한 개념!

 

© Environ. Sci. Technol. 2022, 56, 4, 2529-2539, greenium 편집

해당 연구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가스레인지 등 스토브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메탄이 누출되고 있단 사실일 것입니다. 연구진은 스토브에서 나온 메탄배출량의 76%가 LNG가 정상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발생했단 것을 발견했는데요.

이에 연구진은 가정에 공급된 LNG 약 1.3%가 메탄가스로 누출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를 미국 전체 가정으로 환산하면 연간 2만 8,100톤의 메탄가스가 배출됐단 사실!

무엇보다 메탄은 지구온난화지수(GWP) 기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1배나 높아 적은 양도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인데요.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약 1.3%의 메탄가스는 연간 50만 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일으키는 온실효과와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연구를 수행한 오클랜드 비영리단체 PSE Healthy Energy의 선임과학자 에릭 레벨은 연구 결과에 대해 “(스토브는) 그저 기후 문제도, 건강 문제도 아닌 둘다의 문제”라고 역설했는데요.

연구팀은 가정 내 건강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가스레인지 등 스토브 사용 시 사용 내내 환기를 철저히 해야 할뿐더러, 아예 전기레인지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 Andrea Davis, Sven Brandsma

+ 지속가능한 요리를 위한 선택, ‘인덕션’은 어떨까?
가스레인지 문제가 불거지며 그 대안으로 인덕션레인지(Induction range)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덕션으로 불리는 인덕션레인지는 전기를 사용하는 조리기구인 전기레인지의 일종입니다. 전기 열선을 이용하는 일명 ‘하이라이트’와 달리 전자기장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는데요.

인덕션은 전기를 사용한 덕에 가스 누출 걱정이 없고, 연소 반응도 일어나지 않아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등 유독가스가 배출될 걱정도 없습니다. 또한, 하이라이트는 열 효율이 약 65%인데 비해 인덕션은 최대 90%까지의 높은 효율을 보인다는 장점도 있죠.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고가의 전용 용기를 사용해야 하고, 인덕션 자체도 고가라 부담이 될 수 있죠. 또 하이라이트보다는 덜하지만 전력 소모가 높고, 전자파가 발생한단 단점도 있는데요. 물론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기술도 개발되고 있는 상황! 하루빨리 건강 걱정 없이, 지속가능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