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이 이른 폭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는 40°C를 훌쩍 넘었고 일부 지역은 50°C를 찍은 상황인데요. 스페인과 프랑스 등 유럽은 올해 들어 두 번째 폭염이 덮쳐 7~8월까지 고온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데요. 지난 5월 기상청은 올여름(7월·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기록적인 폭염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도시입니다. 도시는 에너지소비량이 많아 열 발생이 많은 반면, 고밀도 개발로 녹지는 부족한데요. 결과적으로는 교외보다 온도가 높은 열섬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를 막는 대안으로 ‘도시 녹화’가 주목받고 있으나, 도시 공간 부족으로 녹화 사업이 더딘 상황.

이에 도시 공간 부족 문제에 건물 지붕과 옥상 등 도시의 사용되지 않은 공간을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오는데요. 지난 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는 지붕·옥상의 잠재력을 드러내기 위한 루프탑데이(Rooftop Days)가 열렸단 소식! 무려 18.5㎢(약 5,600평)에 달하는 축제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그리니엄이 소개합니다.

  

© 로테르담 루프탑데이 모습_유튜브 채널 London Viewpoints 캡처

오렌지색 산책로를 따라 ‘지속가능한 지붕’ 둘러보기! 🇳🇱

네덜란드 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된 역사가 있는데요. 전쟁 후 도시 재건 사업을 거치며 유럽 도시답지 않게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로테르담 시내 건물 상당수는 너른 옥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평소에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돼 있지 않을뿐더러, 아무것도 없는 휑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이에 로테르담 시 당국은 2018년부터 지붕 및 옥상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루프탑데이’ 축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로테르담 건축의 달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행사로, 6월 한달간 로테르담 방문객들은 도시 지붕을 거닐 수 있죠.

올해 루프탑데이 행사에서는 로테르담 건물 20곳의 색다른 변신도 감상할 수 있는데요. 방문객들은 가이드 투어를 통해 평소 개방되지 않은 옥상을 방문해 시내 전경을 즐기고, 옥상에서 열리는 연극이나 영화제 등 여러 문화 행사도 즐길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로테르담 세계무역센터(WTC)와 인근 백화점 지붕을 잇는 거대한 옥상 산책로입니다. 현지 유명 건축 및 디자인 스튜디오인 MVRDV가 설계한 ‘로테르담 루프탑워크(Rotterdam Rooftop Walk)’ 프로젝트인데요.

 

© 로테르담 세계무역센터와 백화점을 연결한 옥상 산책로(왼)에 튤립 모양의 풍력 발전기와 나무 등이 심어져 있는 모습(오)을 확인할 수 있다_Ossip, MVRDV

루프탑워크는 현란한 주황색 산책로로 방문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30m 높이에 설치된 통로의 길이만 600m에 달하는데요. 건물 사이가 임시 구조물로 연결된 덕에 방문객은 건물을 통하지 않고도 도심 곳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산책로를 따라 도시의 드넓은 전경과 함께 ‘옥상 및 지붕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전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열을 식혀주는 옥상공원뿐만 아니라 튤립 모양의 풍력발전기, 태양광 패널, 드론 착륙장 등 여러 설치물을 구경할 수 있는데요. 방문객들은 이를 통해 옥상에서 어떻게 전력을 생산하고, 작은 공원이나 텃밭으로 바꿀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MVRDV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옥상이 기후변화, 주택난, 에너지 전환 같은 주요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는데요. 또한 지속가능한 도시 구축 및 생물다양성 보호 등을 위해 건물 옥상의 잠재력이 더 많은 시민에게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MVRDV

색색깔 지붕, 도심 속 기후변화 솔루션으로 떠올라 🏘️

도시의 기후변화 해결사로 지붕이 부상하면서, 지붕에 다양한 기능을 더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기능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지붕이 해결책으로 등장했는데요. 지붕 색깔에 따라 솔루션 용도가 다르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1️⃣ 녹색 지붕 🌲

옥상이나 지붕을 활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단연 ‘녹색 지붕(Green roof)’입니다. 녹색 지붕은 지붕 또는 옥상에 식물을 재배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식물은 지붕에 그늘막을 제공하고 광합성 과정의 증발에서 냉각효과가 일어나 건물의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하는데요. 또한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돼 생물다양성을 높이죠. 폭우에는 빗물을 흡수해 이상기후를 완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건물이 아닌 버스정류장 지붕에 정원을 설치한 벌 버스정류장(Bee Bus stop)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 파란 지붕 💧

폭우 및 홍수 관리에 집중한 솔루션도 있습니다. 빗물의 색깔을 따 ‘파란 지붕(Blue roof)’이라 부르는데요. 허리케인, 폭우,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증가하면서 많은 도시가 침수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붕에 빗물이 천천히 방출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결합했죠. 토양과 식물이 빗물을 흡수하는 녹색 지붕과 달리, 파란 지붕은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배수 밸브를 활용해 저수지나 탱크로 보내는 방식입니다. 1㎡당 15mm를 흡수하는 녹색 지붕보다 10배 더 많은 비를 처리할 수 있다고.

 

3️⃣ 노란 지붕 ☀️

‘노란 지붕(Yellow roof)’은 지붕의 기능에 전력 생산을 더했습니다. 태양광 패널 또는 풍력 발전기을 설치해 전력을 생성하는 것인데요. 옥상이나 지붕 면적이 크면 해당 건물 전체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 역할이 가능합니다.

 

© 2017년 MVRDV는 루프탑데이 행사의 일환으로 로테르담 중앙역 인근 건물 옥상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거대한 계단을 만들어 호평받았다_Laurian Ghinitoiu, MVRDV

지붕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조합할 수 있습니다. 식물과 빗물 관리를 더한 청록색 지붕은 녹색 지붕이 제공하는 생물다양성과 심미적 기능을 취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더 중요해지고 있는 폭우 대비 기능까지 챙길 수 있는데요.

녹색 지붕(식물)과 노란 지붕(태양광)을 더한 ‘바이오솔라 지붕’도 이상적인 조합입니다. 식물은 지붕 온도를 낮춰주기 때문에 태양광 패널의 효율성은 더 향상되죠. 패널이 만드는 그늘은 더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 내 여러 국가에서 바이오솔라 지붕을 장려 중입니다.

  

© MVRDV가 옥상 및 지붕 활용도 방안을 담은 루프탑 카탈로그_MVRDV, 홈페이지 캡처

한편, 지난해 로테르담 루프탑워크를 설계한 MVRDV는 시 당국과 함께 건물 옥상 및 지붕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탈로그를 제작했습니다. 건물 옥상에 스케이트 공원이나 묘지를 설치하는 등 130가지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실렸는데요.

MVRDV의 공동설립자인 위니 마스는 “묘지가 농담처럼 들릴 수 있으나 모나코에서는 공간이 부족해 사무실 위에 묘지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녹지, 태양광 패널, 빗물 수집 장치 등을 감당할 수 있도록 건물을 기본적으로 튼튼하게 짓거나 보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