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화된 농경지, 오염된 농작물 그리고 굶주린 사람들. 디스토피아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가까운 미래 인류가 식량 위기를 맞닥뜨릴 수도 있단 섬뜩한 경고가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대로 상승세를 이어가면 근 80년 이내 전 세계 식량 3분의 1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경지 사막화와 물 부족 현상으로 일반 노지 재배가 어려워진다는데요.

기후변화로 인해 주요 식량 수출국은 이미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주요 쌀 수출국인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은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농지까지 범람해 큰 타격을 입었고, 북미와 러시아를 덮친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대규모 곡창 지대도 막대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죠. 여러 여파로 주요 곡물 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1.7%에 불과해,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엎친 데 엎친 격으로 매년 여의도 면적에 60배가 넘는 농지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 다행히 이런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신기술이 있으니, 바로 미래형 스마트 도시 농업인 ‘버티컬 팜(Vertical Farm)’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지속가능한 농법이라 불리는 버티컬 팜이 노지 재배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어떤 이점이 있는지 그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 Vertical FARMING, USA Today Life 유튜브 캡쳐

 

미래를 먹여 살릴 버티컬 팜 🌾

층층이 쌓아 올린 계단식 구조의 실내 농업을 버티컬 팜이라 하는데요. ‘도시농업(Urban Farming)’ 또는 ‘식물공장(Plant Factory)’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버티컬 팜의 초기 모델을 개발한 이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딕슨 데포미에(Dickson Despommier) 교수인데요. 그는 30층 높이의 버티컬 팜이 약 5만 명을 먹일 수 있는 식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반 노지 농업은 폭염이나 폭우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합니다. 반면, 실내에 작물을 키우는 버티컬 팜은 기후나 날씨에 자유롭습니다. 심지어 농작물이 햇빛 한 줌 받지 않아도 자랄 수 있단 사실!

햇빛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작물에 알맞은 빛을 내보내기 때문인데요. 식물 재배 전용 조명은 광합성에 효과적으로 알려진 청색과 적색 파장 빛으로 구성돼 있고, 비료 성분이 녹아있는 배양액을 통해 수경재배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시설 내 환경을 원격 조정할 수 있게끔 설계돼 광합성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부터 작물 뿌리의 양분 흡수를 조절하는 토양 전기전도도(EC)와 물의 수소이온(pH) 농도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죠.

© Growing Underground, 페이스북 갈무리

 

IT와 농업 기술의 융합! 맞춤형 작물 재배 가능해져 🌱

씨앗을 심는 ‘파종’, 파종된 씨앗이 발아하는 과정까지의 ‘육모’, 발아한 씨앗을 옮겨 심는 ‘정식’, 정식을 통해 다 자른 작물을 수확하기까지. 버티컬 팜의 작물 재배는 총 4단계로 구분됩니다. 일반 노지 재배의 경우 수확까지 70일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버티컬 팜은 대략 40일만 필요한데요. 덕분에 빠르게 수확할 수 있단 것이 버티컬 팜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버티컬 팜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어떤 작물이든 향과 맛까지 조절해 기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수확량도 데이터화가 가능한데요. 주요 작물 시세에 맞춰 재배량도 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온도와 습도, 환풍기 등 시설 유지 및 관리도 자동으로 수행되는데요. 사람이 아닌 기계가 관리한 덕에 기존 농사보다 노동력·에너지가 덜 투입되며, 제어 시스템이 작물 성장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유지해줘 생산 효율성과 품질 향상을 돕죠. 시스템 통제 속에 자란 작물은 이미 최적의 생장 조건으로 수확됐으므로, 일반 노지에서 자란 농작물 보다 무공해에 가까운 것은 덤!

©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에어로팜스 버티컬 팜_AeroFarms, 페이스북 갈무리

 

버티컬 팜은 외부 환경 변화와 지역 풍토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균일한 품질의 농산물 생산을 보장합니다. 특히, 요즘같이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일반 노지 재배가 갈수록 힘들어질 때에 꼭 필요한 기술이죠. 여기에 컴퓨터를 통해 작물을 관리할 수 있기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는데요. 이는 버티컬 팜이 농촌 고령화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농업이 인력과 토지의 제약에서 벗어나면서, 작물 수급이 가능하게 되자 여러 환경적 이점이 뒤따라오게 됐습니다. 버티컬 팜은 일반 노지 농법보다 생산성이 최대 10배 더 높은데요. 실제로 일본의 한 버티컬 팜은 같은 크기의 노지보다 80% 적은 폐기물과 99% 적은 물을 사용하며, 기존 농장이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100배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미래 도시인들의 곡창, 버티컬 팜 🌿

유엔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 인구의 60%가 도시에 거주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도시로 인구가 집중됨에 따라 신선 식품의 이동성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하는데요.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농작물의 신선도는 떨어지고, 유통 과정에서 탄소발자국도 많아지기 때문이죠.

버티컬 팜은 장거리 유통이 아닌 접근성이 가까운 도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물류비와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버티컬 팜을 비롯한 실내 농업은 공간을 가리지 않고 적용할 수 있는데요. 도심 속 빌딩부터 방치된 지하상가나 옥상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것이 가능합니다.

국내에서 스마트팜을 운영 중인 ‘넥스트온’은 서울 지하철 남부터미널역 지하상가에 버티컬 팜을 조성했는데요. 층고에 맞춰 층층이 쌓아 올린 식물 재배기, 보라색 불빛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상추와 허브 등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넥스트온은 남부터미널 농장에서 상추는 노지에서 수확한 상추 대비 항산화 물질이 43% 더 많다고 했는데요. 넥스트온의 스마트팜 외에도 답십리역, 천왕역, 충정로역 등 지하철 역사 내 버티컬 팜이 조성돼 있습니다.

© 서울 상도역에 위치한 메트로팜_서울교통공사, 페이스북 갈무리

 

IT 기술을 이용해 세상을 먹여 살리겠다는 포부를 내세운 스마트팜 기업 ‘엔씽(N.Thing)’은 사막 기후 탓에 채소를 재배하기 힘든 중동 지역 아랍에미리트(UAE)에 컨테이너를 세웠으며, 성공적으로 작물을 수확해 올해 최대 80동까지 키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스마트팜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도시를 넘어 식량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 보급함으로써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전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은 버티컬 팜을 비롯한 도시 농업이 작물 생산량은 높이고, 농축업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여 식량위기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식량 확보를 위해 농지를 개간하지 않아도 되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도 줄이고, 배양액을 활용한 순환 시스템 구축도 가능케 하니까요. 많은 가능성을 품고 도약하는 도시 농업.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 greenium note

  • 도시농업, 식물공장으로도 불리는 버티컬 팜.
  • IT와 농업 기술 융합 덕에 맞춤형 식량 재배 가능해져.
  • 일반 농사에 비해 에너지, 물 소비량, 탄소발자국 ↓ 신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