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슈머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그린슈머란 자연을 의미하는 그린(green)과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말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보통 그린슈머라고 말하죠. 요즘은 이 그린슈머들이 그야말로 ‘대세’라고 할 정도로 소비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장의 흐름을 이용하는 얄궂은 기업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그리니엄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용한 계략, 그린워싱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그린워싱은 또 뭐야?🤯

그린슈머라는 말은 그린(Gree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인 건 이미 말씀드렸죠?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자연과 친환경을 의미하는 그린(Greeen)과 씻다는 의미의 워싱(Washing)이 합쳐진 말입니다. 우리말로는 위장환경주의라고도 불리는데요. 말 그대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요소들을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씻어낸다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실제보다 더 친환경적인 ‘척’하는 마케팅을 그린워싱이라고 합니다.

 

©시민단체가 COP26회장 앞에서 그린워싱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_Russell Cheyne,로이터(REUTERS)

그린워싱이라는 말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사용된 용어입니다. 1980년대 미국 환경운동가인 제이 웨스트벨트의 에세이에서 유래됐습니다. 당시 웨스트벨트가 머물던 호텔은 환경에 도움이 된다며 숙박객들에게 수건을 절약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수건 절약 운동은 환경보다 세탁 인건비 절감에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웨스트벨트가 호텔의 수건 절약 운동을 보고 그린워싱이라는 말을 처음 생각해내던 시대보다 지금의 세상은 복잡해졌습니다. 기업들은 본인들이 그린워싱을 하고 있단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마케팅을 진행하죠.

 

너! 그린워싱 의심돼 🙄

복잡해진 그린워싱!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리니엄은 그린워싱으로 의심되는 몇 가지 예를 소개하며 어떤 유형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지금 소개해드릴 기업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해당 사례들이 그린워싱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겠죠?

 

1️⃣ 이케아(IKEA)의 불법 벌목 🌲

영국에 기반을 둔 국제환경단체 얼스사이트(Earthsight)2020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케아(IKEA)는 우크라이나 카르파티아 지역의 숲에서 불법적으로 조달한 나무를 사용하여 일부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케아가 목재를 조달하는 숲은 곰, 스라소니, 들소처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 지난 8월 오스트리아 IKEA 매장 앞에서 그린워싱을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_HEUTE

이케아가 직접 불법 벌목을 저지르는 것은 아닙니다. 얼스사이트는 2018년에 109개의 불법 벌목 현장을 발견했는데요. 그 중 10곳이 VGSM이라는 우크라이나 가구 제조업체의 벌목 현장임을 확인했습니다. VGSM은 이케아의 주요 목재 공급처입니다. VGSM은 2018년 당시 이미 다수의 불법 행위에 연루돼 있었다고 하죠.

이에 이케아는 본인들의 목재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인증기관인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에서 인증을 받았다며 불법 벌목에 대한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얼스사이트는 FSC의 운영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단 점을 지적하며, 해당 기관 인증만으로는 불법 벌목에 대한 해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 윈덱스(Windex)의 모호한 마케팅 🤍

SC 존슨(SC Johnson)은 유리세정제, 지퍼백, 바퀴벌레 퇴치제 등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특히, 윈덱스(Windex)란 유리세정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데요. 바로 이 윈덱스가 그린워싱의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SC 존슨은 윈덱스 병을 100% 해양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래 사진을 이용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죠.

 

© SC존슨은 해당 사진을 사용해 모호한 마케팅을 진행했다_SC Johnson 제공

여기까지만 보면 세계의 골칫덩이인 해양 플라스틱을 직접 건져 올려서 재활용한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윈덱스 병은 사회적 기업인 플라스틱 뱅크(Plastic Bank)에서 조달해 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뱅크에서 말하는 ‘해양 플라스틱’은 100% 바다에서 건져 올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니었습니다. 아이티,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폐기물들이었죠. 즉, 해양 쓰레기가 될 뻔한 플라스틱이 더 많았습니다.

윈덱스는 언어의 모호성을 이용해 마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100% 이용한 것처럼 마케팅을 한 셈이죠. 또 윈덱스 병에는 ‘그린리스트(greenlist)’로고가 붙어 있었는데요. 로고를 본 소비자들은 윈덱스가 환경 인증을 받은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정작 이 로고는 SC 존슨이 자체적으로 만든 로고였다고. 결국, 윈덱스는 친환경이라고 허위 광고한 혐의로 집단 소송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3️⃣ 애플(Apple)의 수리권 빼앗기 🛠️

명실상부한 전자기기 선두주자인 애플. 애플은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활발하게 이야기 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애플의 홈페이지에는 “애플이 지구에 이롭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을 정도죠. 애플은 친환경 마케팅에 적극적입니다. 그러나 이런 애플 역시 소비자들에게 그린워싱이 의심된다는 눈총을 받아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까다로운 애플의 수리 정책이 있습니다. 애플은 현재 애플케어플러스(AppleCare+)라는 보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애플케어플러스는 일종의 보험인데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망가질 경우 이 시스템에 등록돼 있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수리받을 수 있죠.

하지만 애플케어플러스에 가입돼 있지 않으면 어떨까요? 고객은 평균적으로 30만 원 이상의 비싼 값을 내고 부품을 교체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자사 보험에 들지 않은 고객에게 비싼 수리비를 요구하는 것이 곧 자신들의 새로운 제품을 사게 하려는 교묘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곧 이전 제품이 전자폐기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 Apple 제공

또 애플은 지금까지 본인 소유의 기기를 수리할 수 있는 권리인 ‘자가수리권(Right to Repair)’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애플의 기기가 망가졌을 때는 반드시 애플 센터를 이용해서 수리해야 했습니다. 애플센터를 통해 수리를 받으면 수리하지 않아도 되는 부품까지 교체하는 경우가 잦아 역시 전자폐기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환경에 독이 되는 수리정책을 진행하면서도 친환경 마케팅을 하는 애플이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

 

👉 내가 수리할 수 있는 권리! 자가수리권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 애플, 너 좀 달라졌구나? 👩‍🔧
17일(현지시각) 애플은 자가수리권을 인정하는 정책을 발표했어요. 고객이 원하는 경우 정품 애플 부품 및 도구를 사용해서 자신의 기기를 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라는 것! 2022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시작될 예정이고 아이폰 12와 아이폰 13부터 부품이 풀린다고 해요. 애플 정품 부품을 산 사람에 한해 자가 수리가 가능한데요. 일각에서는 “부품을 일찍 품절시켜 또 새로운 기기 구매를 유도하는 거 아냐?”라는 의심 섞인 목소리가 있으나, 자가수리권이 허용된 것 만으로도 좋은 일이라는 의견이 더 많아보여요. 

 

그린워싱, 어떻게 구별하지?🤔

그린워싱은 위에서 보여드린 사례 말고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스타벅스 그린워싱 사례를 기억하시나요? 스타벅스는 50주년을 맞아 ‘친환경’을 강조하며 매장에서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열었는데요. 이 행사를 두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는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20~30%에 불과한 상황에서 플라스틱 다회용컵을 나눠주는 것은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조로 이야기했죠. 이외에도 친환경을 강조한 행사를 하면서 합성섬유로 된 에코백을 나눠주는 것, 플라스틱 펜을 나누어 주는 것도 모두 그린워싱으로 의심해 볼만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2013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발간한 ‘그린워싱(Greenwashing) 현황과 향후 대응 방향’ 보고서에 의하면, ▲내용물이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용기만 친환경인 제품 자체를 ‘환경 친화적’이라고 광고 ▲정확한 인증 없이 친환경 제품이라 주장하는 사례 ▲문구나 정확한 의미 파악이 어려운 광범위한 용어 사용 ▲관련성 없는 내용을 연결시켜 왜곡 ▲인증마크 도용 혹은 위장 ▲제3자 인증이나 관련 연구 등 증거가 불충분한 친환경 제품이나 광고 등이 모두 그린워싱에 해당합니다.

 

👉 다회용기가 친환경이 아닌 이유

 

© 에너지 및 자원 소비를 줄인 제품에 환경표지를 인증하는 국가 공인제도_환경부 제공

따라서 그린워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혹시 ‘친환경’ 관련 문구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제품의 성분은 무엇인지, 공인된 인증마크가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그린워싱을 개인이 구별하기엔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앞서 말했듯 요즘 기업들은 그린워싱임을 들키지 않고자 복잡하고 모호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인 차원에서도 한계가 분명 존재하죠. 다양한 방법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그린워싱을 벌이는 기업들은 넘쳐나니까요.

 

© Brian Yurasits, unsplash

무엇보다 좋은 해결책은 사회의 전체적인 인식이 바뀌는 것입니다. 그린워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그린워싱을 한 기업은 불매 운동을 하는 등 그린워싱에 관용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 기업들도 그린워싱을 피하게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만약 쇼핑을 하실 때 ‘친환경’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을 보면 그린워싱은 아닐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