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1일부터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다시 전면 금지된다는 소식, 알고 계셨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일회용컵 사용이 2년 만에 금지된 것인데요.

지난 5일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사용규제 제외대상 시행규칙 개정 고시’에 담긴 내용입니다. 해당 고시에는 11월 24일부터 식당·편의점·체육시설 등 확대된 업종에서 여러 품목의 일회용품이 규제됩니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로깅(Plogging) 같은 개인의 실천보다 기업이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는 게 더 빠른 해결책이기 때문인데요. 그리니엄은 이번 콘텐츠에서 정부의 규제보다 한발 앞서 플라스틱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모인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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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가치사슬에 주목한 영국 플라스틱 협약 🇬🇧

원료 채취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 과정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하는 단계는 어디일까요? 기획? 생산? 판매? 이 물음에 ‘모두다’라고 주장하는 협약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 플라스틱 협약(UK Plastic Pact)입니다.

영국 플라스틱 협약은 전체 공급망에 걸친 협력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해결하려는 세계 최초의 프로그램입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 원료 채취·생산·유통·폐기 등 모든 과정에 속하는 기업들이 가입대상인데요. 영국 플라스틱 협약은 이를 통해 모든 과정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협약이 설정한 2025년 목표는 아래 4가지인데요.

협약의 4가지 목표 By 2025 🗓️

1️⃣ *문제성 또는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설계·혁신·대체재 사용을 통해 제거하기.

2️⃣ 플라스틱 포장재의 100%를 재사용, 재활용 또는 퇴비화 가능한 플라스틱 사용하기.

3️⃣ 플라스틱 포장재의 70%를 효과적으로 재활용 또는 퇴비화하기.

4️⃣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의 평균 30%는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기.

이 협약은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폐기물 및 자원 액션 프로그램(WRAP)’의 주도로 앨렌 맥아더 재단이 협력해 만들어졌는데요. 영국 환경식품농촌부(DEFRA)의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해당 협약은 이름 그대로 영국 내 플라스틱을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알디(ALDI), 리들(LiDL), 테스코 등 영국의 유통기업부터 코카콜라, 하리보 등 다국적 식품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나 킴벌리-클라크 같은 다국적 생활용품기업들이 가입돼 있죠. 현재 72개 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37개 기업이 서포터로 등록돼 있는데요. 모든 회원은 슈퍼마켓 포장재 양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 모델 촉진 등을 통해 영국 내 더 강력한 재활용 시스템 구축에 이바지한다고 합니다.

*문제성 플라스틱(Problematic plastic): 불필요하거나 소재나 디자인에 문제가 있어 재활용할 수 없는 일회용 플라스틱

© 영국 플라스틱 협약 2020-2021년 보고서_UK Plastic Pact 제공

플라스틱 협약 가입한 기업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데? 🤔

약속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일까요. 영국 플라스틱 협약을 보면서도 야심 찬 약속을 다 믿지 못하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것 같은데요.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영국 플라스틱 협약 2020-2021년 연간 보고서’를 보면 상당한 변화에 놀라실 수도 있겠습니다.

보고서에는 각 기업들이 목표 이행을 위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담겼는데요. 영국에서 4번째 규모의 슈퍼마켓 체인인 모리슨스는 2019년 9월 바나나의 비닐포장을 없앴는데요. 이를 통해 2021년 말까지 불필요한 플라스틱 180톤가량을 줄일 것으로 예측했죠. 마찬가지로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 중인 리들(Lidl)은 같은 기간 신선식품 플라스틱 받침대 2,400만 개, 유제품 뚜껑 2,500만 개를 포함해 플라스틱 포장지 10억 개를 제거하기로 했죠.

또한, 문제성 플라스틱을 줄이고자 재활용이 어려운 포일을 제거하고, 폴리염화비닐(PVC) 대신 페트(PET) 플라스틱 알약 포장재를 개발하거나, 요거트 포장재를 폴리스티렌(EPS)에서 PET로 바꾼 사례도 있었습니다.

© (왼) 바나나 비닐봉지 없앤 모리슨스 사례, (오) 재사용 종이 가방을 내건 리들(LiDL)_Rex /Georgina Quach

이밖에도 각 마트와 협업해 리필 혹은 재사용 스테이션(Reuse Station)을 따로 설치하는 시도도 이뤄졌는데요. 보고서를 작성한 WRAP은 협약을 통해 지난 2년간 재활용이 2배 이상 증가했고, 덕분에 14만 톤의 탄소배출량이 절감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WRAP은 아직 갈 길이 멀단 점을 강조했는데요. WRAP은 협약에 가입한 회원 모두 상당한 진전을 보여주고 있으나, 필름이나 비닐봉지 같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 Ellen MacArthur Foundation 제공

영국에서 세계로, 플라스틱 협약! 🌏

플라스틱 협약은 2018년 영국을 시작으로 여러 국가로 퍼져 나갔습니다. 엘렌 맥아더 재단은 영국 플라스틱 협약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세계 곳곳의 플라스틱 협약을 연결한 ‘플라스틱 협약 네트워크(The Plastics Pact Network)’를 지원하고 있죠. 이를 통해 각국의 모범 사례가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역만 다양한 것이 아닙니다. WRAP이나 엘렌 맥아더 재단 외에도 여러 단체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약과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지난해 4월, 세계자연기금(WWF) 한국 본부의 주도로 국내 6개 기업이 기업들의 플라스틱 감축 선언인 PACT(Plastic ACTion)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12월에는 3개 기업이 신규로 가입하는 등 국내에서도 플라스틱 감축 활동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