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종목, 540개의 경기. 8월 24일부터 9월 5일까지 이어진 ‘2020 일본 도쿄 하계 패럴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난민 선수단을 포함해 총 162개 대표단이 참가한 이번 패럴림픽은 도전과 용기 그리고 감동의 도가니였는데요. ‘불가능은 없다’를 일깨워준 패럴림픽 뒤에 숨은 영웅들이 있단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우리에겐 날개가 있다 🏃🏼‍♀️

우리가 모두 역풍과 고난을 헤쳐나갈 ‘날개’를 가지고 있다. 이번 도쿄패럴림픽의 주제는 ‘전진(Moving Forward)’이었는데요. 숨은 영웅들을 말하기 앞서 패럴림픽의 역사를 잠깐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패럴림픽(Paralympic)은 그리스어로 ‘나란히·함께’를 뜻하는 ‘Para’와 ‘Olympic’의 합성어로, 올림픽과 동등한 위치에서 나란히 함께 가는 대회란 뜻인데요. 제2차 세계대전 중 척추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를 입은 영국 퇴역 군인을 돕는 스포츠 대회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패럴림픽의 모습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자리매김했는데요. 1988년 전까지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개최지가 달랐으나, 서울올림픽에서부터 같은 도시와 경기장에서 대회를 진행한다고 해요.

 

© 도쿄 2020올림픽, 페이스북 갈무리

선수와 장비가 하나 되는 순간, 진정한 경기가 펼쳐져 🛠️

패럴림픽 선수들은 운동 능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의수, 의족, 휠체어 등 여러 장비가 필요합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가 필요한데요. 일반적으로 의족의 경우 일상용, 체력단련용, 경기용으로 보통 3개가 있다고 하죠.

패럴림픽은 선수와 장비가 완벽히 하나가 되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는데요. 장비의 고장은 선수들에게 있어 부상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당연히 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위해 국제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1988년 서울패럴림픽부터 대대로 독일의 ‘오토복 헬스케어(Ottobock)’란 회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의족, 의수 등의 제작을 담당하는 의지보조기기, 휠체어 전문가, 용접사 등 약 100명으로 구성된 기술지원팀이 올림픽 한 쪽에서 선수들의 장비를 수리하고 있죠. 오토복은 브라질 리오 하계패럴림픽에서만 3,000건 이상의 수리 서비스를 진행했는데요. 우리나라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도 2,400건 이상의 수리를 진행했죠. 오토복은 이번 도쿄패럴림픽에서는 하루 최대 200건 이상의 수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 선수들의 장비를 수리 중인 오토복 직원들의 모습_Ottobock, 홈페이지 갈무리

선수용 장비는 일상용과 차원이 다릅니다. 선수용 의족의 경우 해당 선수의 신체에 맞춰 설계됐고, 탄소섬유 같은 가볍고 튼튼한 소재가 사용돼 매우 고가이죠. 이로 인해 장비가 자칫 고장날 경우 선수들은 수리 비용으로 큰 지출이 나가는데요. 장비를 만든 제조사에 부품이 없거나, 전문 인력 등이 부족해 난항을 겪기 일수라 합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볼까요? 농구나 럭비 종목의 경우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경기를 진행합니다. 격렬한 접촉으로 연습이나 시합 도중 휠체어에 손상이 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휠체어의 고장은 곧 해당 선수가 경기에서 제외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또 개최식이나 폐막식에서 휠체어를 탄 선수가 기수로 선정되면, 의자에 깃대를 부착하기 위해 작업장을 찾는다 합니다.

패럴림픽에서 수리를 진행하는 작업장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선수들 사이에는 성공적인 패럴림픽을 위해서는 따듯한 숙소와 맛있는 식사 그리고 작업장이 필요하다는 농담이 퍼졌다고 하죠. 작업장에서는 오토복 기술팀이 휠체어 타이어 공기 주입부터 바느질, 톱질, 용접 등 다양한 장비에 맞춰 수리를 진행하는데요. 복잡한 수리 작업은 최대 10일까지 걸린다고.

 

©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 당시 선수용 의족을 수리 중인 오토복 기술자_Ottobock,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의 수리 작업의 약 70%는 휠체어가 대상인데요. 오토복은 전 세계 모든 제조사의 장비를 수리할 수 있도록 독일 본사에서 부품을 가져온다고. 또 수제 장비의 경우 작업장에 있는 3D 프린터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고장난 부품만 3D 프린터로 인쇄해 수리하는 것인데요. 모든 수리는 ‘무상’이기에 대회 내내 선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죠.

선수용 장비의 경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같은 국가라도 종목별로 빈부격차가 존재했는데요. 1988년부터 이어온 오토복의 기술 서비스는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됐고,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고 합니다.

 

3D프린팅이 대세가 된 패럴림픽 🦽

3차원 디지털 설계도에 따라 재료를 한층씩 쌓는 3D프린팅. 일전에 3D프린팅이 순환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3D프린팅은 분말, 금속, 플라스틱 등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의 한계가 없고, 적층제조 기술을 통해 장비의 모듈화가 가능하단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부품별로 해체가 용이하단 장점 덕에 오토복은 물론 각국 선수들까지 3D프린팅을 이용해 장비를 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도쿄패럴림픽에서는 태권도와 배드민턴 종목이 정식으로 채택됐는데요. 휠체어에 앉아 움직이는 배드민턴의 경우 선수들의 손을 보호하기 위해 글러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에 선수들이 3D프린팅을 이용해 대회용 맞춤형 장갑을 제작하였습니다.

 

© 도쿄 2020올림픽, 페이스북 갈무리

리오패럴림픽에서도 3D프린팅 기술이 주목받았는데요. BMW 계열사인 ‘BMW 디자인워크(Designworks)’와 미국 패럴림픽팀이 3D프린팅 기술로 레이싱 휠체어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죠. 이 레이싱휠체어는 기존 장비와 외관은 비슷하나, 공기역학에 맞춰 시뮬레이션됐고. 선수 개개인의 몸에 딱 맞는 장비였다고 합니다. 앞서 BMW 디자인워크는 2012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영구 농구팀을 위해 맞춤형 휠체어 시트를 제작하기도 했다고.

이밖에도 사례는 다양합니다. 독일의 한 여성 사이클리스트는 3D프린팅을 이용해 맞춤형 의족을 제작한 바 있고, 뉴질랜드의 한 멀리뛰기 선수도 맞춤형 보조기구를 갖게 됐다고 합니다.

 

+ 올림픽 시상대를 잠깐 설명하고 간다면 ♻️
이번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사용된 메달 시상대는 3D프린팅으로 제작됐는데요. 시상대 제작을 위해 폐플라스틱과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등 총 25톤을 회수했다고. 즉, 폐플라스틱을 3D프린팅 재료로 사용한 것인데요. 대회 종료 후 시상대는 포장재 등 다른 용도로 재활용된다고 합니다.

👉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기술, 3D 프린팅

 

© BMW Designworks가 3D프린팅으로 개발한 레이싱 휠체어_BMW Designworks

“올림픽에는 영웅이 탄생하고, 패럴림픽에는 영웅이 출전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벽을 넘어 한계에 도전하는 영웅들 뒤에는 숨겨진 영웅들이 존재하죠. 선수와 장비 그리고 지원팀이 한 몸이 돼 보여준 이번 패럴림픽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20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다음 경기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와 기술을 만날지, 한 번 생각 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