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이 순환경제 전환에 맞춰 여러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2016년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해 자원순환정책을 추진 중인데요.

그러나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 소비 전주기를 고려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폐기물 관리’ 위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단 지적을 받는데요.

향후 본격화될 순환경제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순환경제 추진 현황 및 대응방안을 제시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발간된 ‘국제사회의 순환경제 확산과 한국의 과제’인데요.

KIEP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혁신과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KIEP는 보고서에서 순환경제를 통한 세계 차원의 경제적 효과는 2030년까지 4조 4,000억 달러(약 5,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에는 크게 ▲국내외 순환경제 주요 동향, ▲폐기물 관리, ▲국제협력 사례, ▲정책 제언 등이 담겼습니다. 그중 국내외 순환경제 주요 동향과 우리나라의 한계 및 과제가 무엇인지를 중점으로 정리했습니다.

 

EU·영국·일본으로 살펴보는 주요국 순환경제 동향 🌎

생산-소비-폐기로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선형경제. 이와 대비되는 순환경제는 자원을 최소한으로 투입하고 제품을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폐기물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로 제시됩니다.

다만, 순환경제는 아직 국제적 정의가 없는데요. 이 때문에 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 및 정책은 국가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의 순환경제 전략 및 정책을 살펴보면.

 

© EU는 2005년 9월경 에너지사용제품(EuP) 관리를 위해 에코디자인 지침을 마련했고, 2009년 에너지 관련 제품(ErP)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2015년경에는 이를 모든 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_EESC

1️⃣ 디자인과 모니터링에 초점 맞춘 EU 🇪🇺

EU의 순환경제 정책 특징은 제품 전주기에서 순환경제 원칙을 고려하도록 의무화한 것입니다.

실제로 그간 EU 집행위원회는 제품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의 최대 80%가 디자인 단계에서 결정된단 연구 결과를 계속 강조했는데요. 이 때문에 EU 순환경제 정책에는 ‘디자인(설계)’과 관련된 제도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생산·유통·판매자가 제품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준수해야 하는 요구사항을 명시한 에코디자인 지침(Ecodesign Directive)이 있습니다. 지침에는 ▲제품내구성, ▲수리가능성, ▲부품 분해 디자인, ▲재사용·재활용 용이성 향상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요. EU는 2005년 이 지침을 마련해 제품의 에너지효율성 및 순환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객관적 지표를 통한 모니터링 관리도 EU 순환경제 정책의 특징입니다. 이는 순환경제 전환 과정 중 개선 추이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인데요. EU는 이를 위해 데이터 확보 방법론 개발, 지표 계산 방법 조정 등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EU는 정보 제공을 위한 에너지라벨링 지침(Energy Labelling Directive), 소비자 수리권보장 강화 등의 정책도 추진 중입니다.

 

© 엘렌맥아더재단이 주도하는 플라스틱 순환경제 이니셔티브 플라스틱팩트(Plastic Pact)_Ellen MacArthur Foundation

3️⃣ 민간주도·민관협력이 특징인 영국 🇬🇧

반면, 영국은 ‘순환경제’를 명시하는 대신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강조해왔습니다. 지속가능발전전략, 25개년 환경계획, 자원 및 폐기물 전략 등이 순환경제와 긴밀히 연관됐는데요.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순환경제 관련 국가표준(BS 8001:2017)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오히려 민간 노력을 주목해야 합니다. 세계 500개 이상의 기업·기관·정부가 참여한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주도한 앨렌맥아더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 기업 이니셔티브와 시민 참여 캠페인 등으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 온 비영리단체 랩(WRAP)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밖에도 그린얼라이언스(Green Alliance), 왕립예술협회(RSA)등 여러 분야의 민간기간이 순환경제 전환에서 활약 중입니다.

 

© 일본 가와사키시에 기반을 둔 ‘에코는 순환(Eco wa Ring)’ 프로젝트_Kawasaki

2️⃣ 일찍부터 순환형 사회를 추구해 온 일본 🇯🇵

이웃나라인 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순환형 사회를 추구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정비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법안이 2000년에 제정된 순환형사회형성 추진기본법인데요. 여기서 순환형 사회란 제품 등이 폐기물이 되는 것을 막고, 재활용 자원 사용을 촉진하는 동시에 천연자원 소비와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사회를 뜻합니다. 일본은 이 기본법을 기반으로 3R(Reduce, Reuse, Recycle)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규제도 마련했습니다.

한편, 일본은 자국이 관심을 두고 있는 정책 이슈에 대해 국제사회에서의 논의를 선도하려 하고 있습데요. 2018년 주요 7개국(G7) 환경장관회의에서 해양플라스틱 헌장에 대한 승인 거부를 표명했는데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순환경제 국제표준 개발을 위한 워킹그룹에서 논의 주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KIEP는 보고서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들이 자국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국제논의에 참여하고 있단 점을 짚었습니다.

 

4️⃣ 국제협력도 활발해 🌐

G7, 주요 20개국(G20) 등 다자협력기구에서도 순환경제에 관한 국가 간 협력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및 EU가 참여한 G7.

정상회의와 환경장관회의 등 고위급회의와 G7 자원효율성연합(G7 Alliance on Resource Efficiency)을 통해 순환경제 관한 국가 간 협력을 추진 중인데요. 2016년 도야마 물질순환프레임워크, 2017년 볼로냐 5개년 로드맵, 2018년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챌린지 채택 등이 이뤄졌습니다.

G20에서는 환경장관회의와 G20 자원효율성대화(G20 Resource Efficiency Dialogue)를 통해 순환경제 관련 의제가 논의되어 왔는데요.

2019년 G20 정상회의에서는 2050년까지 해양유입 플라스틱 폐기물을 근절하겠단 오사카 블루오션비전(Osaka Blue Ocean Vision)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 greenium

한국형 순환경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폐기물 관리’에 집중돼 🗑️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에 제정된 자원순환기본법을 시작으로 순환경제 정책이 본격화됐습니다.

기본법을 기반으로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2018~2027)이 만들어졌는데요. 기본계획에 따라 자원순환 정책의 추진 방향, 핵심전략, 세부 과제 등이 수립됐습니다. 세부 과제에는 제품의 전주기를 고려한 단계별 과제가 포함됐고, 모니터링을 위해 자원순환 지표 및 세부 과제별 지표도 수립됐습니다.

2021년 12월에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작성한 한국형(K-) 순환경제 이행계획도 발표됐습니다. 이행계획에는 생산·유통·재활용 등 전 과정의 폐기물 감량 및 순환성 강화를 위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순환경제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국내 순환경제 정책 상당수가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에 그친단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K-순환경제 이행계획의 주요 내용은 플라스틱 재활용 강화, 폐플라스틱·폐지방·폐치아 등 폐자원의 재활용 확대, 친환경 소비 활성화였습니다.

 

©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_국회방송 갈무리

설계 단계가 고려된 지속가능한 디자인(에코디자인) 강화도 언급됐지만,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 8월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순환경제 실현의 방안으로 재활용과 폐자원 공급을 주로 언급했습니다.

기존법안이 폐기물 처리 단계에 집중했단 지적이 나오자 국회에서는 일명 ‘순환경제사회촉진법’으로 불리는 법안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자원순환 전 과정을 포함하는 순환이용, 순환원료 등의 개념을 신설한 자원순환기본법 전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인데요. 하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 발의 이후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 Guille Llano, Behance

진정한 K-순환경제 전환을 원한다면? 5가지만 바꿔봐! 🖐️

그렇다면 폐기물 관리 차원을 넘어, 진정한 자원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요?

앞서 글로벌 동향을 토대로 살펴보면 대략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폐기물 재활용을 넘어 제품의 전주기 고려,민간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확대, ▲데이터 기반으로 이행 점검 및 모니터링,국제무역 관점에서 순환경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 ▲순환경제에 대응해 국제협력 강화 등인데요.

 

© KIEP는 국내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한계를 짚으며 5가지 대응방안을 제시했다_greenium

KIEP는 먼저 국내 법령, 정책 및 모니터링이 폐기물 관리 위주로만 추진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의 전주기를 고려하는 노력이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는데요.

KIEP는 또한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중장기 정책 목표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의 교육과 체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순환경제 정책에 있어 국제적 논의 참여와 대외협력을 강조한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KIEP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국내적인 차원에서 순환경제 대응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순환경제 대응이 확산되는 만큼 국제사회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요.

특히, 각국의 순환경제 이행 관련 표준제도가 무역장벽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KIEP는 EU집행위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입법안이 국제사회 전반에 파급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 2017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의 여파로 필리핀 민다나오에 불법 수출된 한국산 폐기물_Manman Dejeto, Greenpeace

보고서에는 순환경제적 관점에서의 폐기물 관리 현황국제협력 사례도 담겼습니다. 국가별 폐기물 관리 정책과 순환경제 관점에서의 폐기물 관리 주요 쟁점이 정리됐는데요.

특히, 2017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조치와 유해폐기물에 대한 바젤협약 개정으로 폐플라스틱의 국경 간 이동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국제협력 사례에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및 협력, 순환경제 정책과 국제 무역과의 연계, 민간 주도의 순환경제 협력 사례를 다뤘습니다. KIEP는 국가별 순환경제 정책에 따라 국내외 업체들이 상호차별적 조건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KIEP는 그러면서 국가 간 제도의 조화 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 순환경제 확산을 위해, 규제 대신 ‘순환경제 인증제도’도 추천해! 🏷️
한편, 순환경제 확산을 위한 또 다른 정책으로 순환경제 인증제도 적용도 제안됐습니다. 순환경제 인증제도란 제품이 순환경제 확산에 도움이 되는 제품인지 인증해주는 제도인데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기업 규제 대신 소비자와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순환경제를 확산시킨단 것이 핵심인데요. 다만, 보고서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순환경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 확산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