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의 식습관을 바꾸는 것입니다.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하고, 로컬푸드(현지 식자재)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는 절감되죠. 물론 이런 식습관을 평생 유지하기엔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은 유혹과 장벽이 존재하는데요. 이에 전문가들은 적어도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음식을 낭비하지 않는 것은 사회와 경제 그리고 환경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 2021(Food Waste Index)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버린 음식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전 세계 배출량의 8~10%를 차지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먹지 않고 남은 음식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덴마크 기업 ‘투굿투고(Too Good To Go)’를 소개합니다.

 

© Too Good To Go 제공

“음식을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6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설립된 투굿투고. 원래 뷔페 음식이 버려지는 것을 막고자 설립된 곳이었는데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 세계 음식물 폐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소비자와 식료품점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투굿투고는 지역 식당, 식료품점, 제과점 등에서 남은 음식을 정가 대비 30%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땡처리 서비스’ 혹은 ‘마감세일’을 앱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것인데요.

이용방법은 간단합니다. 소비자는 지도상에서 가장 가까운 음식점을 확인한 후 음식의 수량과 픽업 시간을 결정하면 되는데요. 결제 후 모바일 영수증을 지참해 음식점에 방문하면 됩니다. 음식을 수령한 소비자에게는 “음식을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란 메시지가 전송되죠.

다만, 해당 음식점에서 ‘정확히 어떤 음식’을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는데요. 투굿투고는 이를 일명 서프라이즈 백(Surprise Bag)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서프라이즈 백에는 남은 빵과 샌드위치, 샐러드, 파스타, 아이스크림 등 온갖 음식이 담길 수 있는데요. 소비자는 이를 받아가기 직전까지 가방에 어떤 내용물이 들었는지 알 수 없죠. 예를 들어볼까요?

 

© 하루 동안 투굿투고만 이용한 미국 기자가 올린 삼시세끼 모습_Emily Walsh, Insider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Insider)에 근무하는 에밀리 월시 기자는 워싱턴 DC에 있는 투굿투고를 이용해 하루 세끼를 모두 해결했는데요.

🍩 아침(3.99달러): 월시 기자는 아침 메뉴로 던킨도너츠의 ‘서프라이즈 백’을 이용했습니다. 패스트리와 도넛이 들어다는 것 이외에는 전혀 설명을 듣지 못해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는데요. 허나, 12개 종류의 도넛을 받아 기분 좋게 놀랐다고.

🍞 점심(4.99달러): 그는 점심에 사무실 근처 카페 체인의 투굿투고 서비스를 이용했는데요. 샐러드와 치킨 수프를 기대했으나, 정작 서프라이즈 백에 있던 것은 빵이라 실망스러웠다고.

🍣 저녁(4.99달러): 실망스러운 점심을 먹은 후 월시 기자는 집 근처 초밥집에서 투굿투고 서비스를 이용했는데요. 캘리포니아롤과 된장국 등을 먹었고, 충분한 값어치가 있었다며 만족했죠.

 

© 투굿투고의 ‘서프라이즈 백’에 담긴 음식들. 이들 모두 2.95 유로(약 4,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_Too Good To Go, 트위터 갈무리

내용물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소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데요. 투굿투고는 소비자가 앱을 통해 음식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매직 백(Magic Bag)’으로 이름짓고, 이를 랜덤박스를 열어보는 이벤트로 브랜딩해 성공할 수 있었죠.

실제로 유튜브나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에는 ‘투굿투고로 2주 살아남기’, ‘서프라이즈 백 리뷰’ 같은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랜덤박스 구성물이 나라별,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여 이를 비교하고 소개하는 전문 채널이 따로 있을 정도죠.

이처럼 리뷰 콘텐츠 확산과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풍족한 양의 음식을 구입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단 메시지도 전달됐는데요. 공급업체의 경우 남은 음식을 판매함으로써 경제적 이익과 함께 식품 폐기 운반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하죠.

가령 서프라이즈 백에 들어가는 음식 상당수는 초밥이나 수프, 샌드위치 등 유통기한이 짧은 음식들로 구성된 경우가 많은데요. 투굿투고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들은 푸드뱅크나 노숙자 쉼터 등에 기부하기도 쉽지 않다”며 “(우리의 활동이) 도심 속 식품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메꿀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도 식당, 식료품점 등 공급업체 상당수는 투굿투고 앱 덕에 신규 소비자가 단골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이러한 장점 덕에 투굿투고 앱은 출시 직후 큰 인기를 끌며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하게 됩니다.

 

+ 이런 점에서는 주의가 필요해요! 🧑‍💻
투굿투고는 무엇을 구매할지 모른단 점에서 흥미롭단 소비자가 많은데요. 반면, 음식을 선택할 수 없단 점에서 우유·새우·갑각류 등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한 것. 이들은 해당 음식점에 문의하거나 서비스 이용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는 비건(완전 채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 (왼) 루시 바쉬 투굿투고 공동 창업자 (오) 투굿투고를 통해 판매된 빵과 케이크의 모습_Too Good To Go, 페이스북 갈무리

17개국에서 운영 중인 투굿투고…음식물 쓰레기 3000만 톤 예방해 🍞

투굿투고의 비즈니스 모델은 잠재력과 성과를 인정받은 덕에 2019년 유럽 스타트업 테크 경진대회인 Tech5에서 당당히 1위를 수상했고, 지난해 독일에서는 녹생경제에 이바지한 스타트업에게 주는 미래경제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투굿투고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을 비롯해 세계 17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투굿투고를 이용 중인 전 세계 이용자는 약 4,600만 명. 그간 투굿투고는 10만여개 이상의 현지 공급업체와 제휴를 통해 7,100만 끼니 가량을 절약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약 3,000만 톤의 음식이 폐기되는 걸 막은 셈이죠.

그렇다면 투굿투고는 어디까지 성장할까요? 투굿투고 공동 창업자인 루시 바쉬는 소비자들이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대해 많이 알게 됨에 따라, 해당 모델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투굿투고는 소비자의 식습관 변화가 음식물 쓰레기와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단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요. 소비자에게 ‘당신은 음식 낭비 전쟁에서 싸우는 전사’란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할뿐더러,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수업 과정에 맞춰 음식물 쓰레기 관련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여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죠.

 

© Too Good To Go, 페이스북 갈무리

투굿투고의 음식물 쓰레기 사투를 주도하는 팀은 단연 ‘웨이스트 워리어(Waste Warriors)’일 것입니다. 루시 바쉬 투굿투고 최고성장책임자(CGO)는 미국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투굿투고 사업이 진행 중인 모든 도시에 ‘웨이스트 워리어’팀이 있다. 이 팀은 지역 음식점들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해결 방법을 논의한다”고 밝혔는데요. 웨이스트 워리어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캠페인을 진행하는 팀이며,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웨이스트 워리어팀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날짜 라벨링 캠페인(Date labeling campaign)’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캠페인은 소비자가 기한 내 식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정확한 식품 라벨을 표기하고,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죠. 실제로 투굿투고는 ‘유통기한’으로 한정됐던 식품 라벨링 오해를 바로잡고자 프랑스와 덴마크 제조업체와 긴 시간 협업했고, 수년간 캠페인을 진행한 덕에 ‘소비기한’ 표기 도입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 유통기한? 소비기한? 무슨 차이가 있어?! 🗓️
유통기한(Sell-by date)은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식품을 유통 및 판매할 수 있는 날짜에요. 반면, 소비기한(Use-by date)는 표시된 조건에서 보관 시 소비자가 식품을 소비해도 안전에 이상 없는 날짜인데요. 유통기한이 판매자 중심이었다면, 소비기한은 소비자 중심인 것!

👉 우리나라도 2023년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한다고? 🇰🇷

 

© Too Good To Go 제공

투굿투고를 설립하게된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바쉬 CGO는 어느 날 빵집을 지나가는데, 제빵사가 빵을 버리는 모습을 발견했는데요. 그는 제빵사에게 폐기 대신 기부를 권했으나 “신선도가 떨어진 탓에 기부는 할 수 없고 판매는 가능하다”란 대답이 돌아왔죠. 바쉬 CGO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역 식품점 모두가 식품을 폐기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남은 음식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인데요.

5명의 팀원으로 시작했던 투굿투고는 오늘날 17개국에 사업을 진행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만큼 대중들도 이런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에 목말라 했단 것인데요. 아쉽게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투굿투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

다행히 국내에는 마감할인판매 ‘라스트오더’ 등 투굿투고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서비스가 운영 중인데요. 이러한 비즈니스가 더 많이 활성화돼 음식물 쓰레기를 덜 걱정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