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분해 박테리아를 우주정거장으로 쏘아 올린 기업이 있습니다.

미생물응용 바이오기업 시드헬스(Seed Health)는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각), 마이크로생물반응기(MicroPET bioreactor)를 스페이스X의 상업용 우주선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냈습니다.

이 생물반응기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새로운 화합물로 만드는 박테리아가 담겨 있습니다. 우주 환경에서 플라스틱이 분해되고 새로운 화합물로 합성되는 과정이 자동으로 실행되고 기록되는데요.

시드헬스는 왜 우주에 이 반응기를 날려보낸 것일까요?

 

▲ 시드랩스가 개발한 자율폐쇄형 생물반응기의 모습.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도록 분해효소와 엔지니어링 박테리아가 담겨있다. ©greenium 편집

우주정거장으로 날아간 플라스틱 분해 효소, 미생물의 잠재력 발굴할까 🛰️

이번 우주정거장 실험에는 시드헬스 뿐만 아니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우주탐사 이니셔티브,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를 포함한 5개 기관이 참여했습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우주비행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 효소와 새로운 화합물로 재구성하는 박테리아의 힘을 연구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연구팀은 자율폐쇄형 생물반응기를 제작했습니다. 반응기에는 크게 두 개가 들어가 있는데요. 일회용 플라스틱 페트(PET)를 분해하는 효소와 분해된 화합물을 새로운 화합물인 ‘ε-카프로락탐(나일론모노머)’ 전환하는 엔지니어링 박테리아입니다.

연구팀은 생물반응기에서 생성되는 화합물이 운동화, 의자, 우주복 등 다양한 물건 제작에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우주선이 궤도에 진입하면 생물반응기는 사전 입력된 자율시스템에 따라 사람의 개입 없이도 배양 및 데이터 수집을 수행하게 됩니다.

MIT 미디어연구소의 팻 파타라누타포 연구원“일부 연구에 의하면 우주정거장의 낮은 중력과 방사선이 박테리아의 특정 능력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물반응기는 약 한달 뒤에 지구로 돌아옵니다. 이후 과학자들이 반응기 내 플라스틱 분해 정도를 측정하고, 우주 배양으로 인한 박테리아의 변화를 평가할 계획입니다.

 

▲ MIT 연구팀이 생물반응기를 제작하는 모습(왼), 반응기는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각) 스페이스X의 상업용 우주선에 실려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 ©Allison Werner, NREL·NASA, 유튜브 캡처

미생물로 만드는 ‘플라스틱 순환경제’…생태계 생물다양성 회복 도울 것! 🦠

이번 프로젝트는 시드랩스(SeedLabs)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시드헬스가 프로바이오틱스 등 미생물을 활용해 생물다양성을 강화하고 생태계 복원을 위해 박테리아의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발족됐습니다.

그런데, 시드랩스는 생물다양성 이니셔티브의 프로젝트로 왜 하필 플라스틱 분해에 주목했을까요?

유엔환경계획(UNEP)은 1950년부터 2017년까지 92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됐으며, 그중 약 70억 톤이 폐기물로 버려졌다고 말합니다. 해양 및 토양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많은 생물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거나 그물에 얽혀 사망하고 있는데요.

시드헬스는 이번 실험을 통해 “지구에서의 폐기물 관리의 미래를 재구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드헬스의 공동설립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라자 디르는 이번 연구가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강화해 인간 활동으로 영향받은 생태계가 회복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더욱이 이번 실험은 우주에서 진행되는 실험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받습니다. 우주는 지구에서처럼 물리적·화학적 재활용을 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인데요. 즉, 최소의 환경 조건에서 더 적은 에너지와 자원으로 플라스틱을 분해·재사용하는 솔루션을 찾는 실험이란 것.

 

👉 전 세계는 플라스틱 오염 막기 위한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협약’ 진행 중!

 

▲ 시드랩스는 꿀벌의 면역력·회복력 개선을 위한 미생물 영양제 ‘바이오패티’(오)를 개발했다. ©SeedLabs

꿀벌 보호·산호 재생까지…미생물로 가능하다고? 🐝

한편, 시드랩스 이니셔티브는 플라스틱 분해에 앞서 꿀벌의 면역력 개선, 산호 백화 현상 방지 등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해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앞선 프로젝트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1️⃣ 꿀벌 위한 영양제 ‘바이오패티(BioPatty)’

2018년 시드랩스가 처음으로 주목한 것은 ‘꿀벌’이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식량 생산의 3분의 1은 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에 의존합니다. 그러나 서식지 파괴, 집약적 농업, 이상기후, 살충제 사용 등으로 꿀벌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밀원 대비 높은 양봉 사육 밀도, 영양소 불균형 등으로 인한 꿀벌 면역력 저하에 주목합니다.

이에 시드랩스는 인간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잠재력을 재발견했습니다. 연구 결과, 꿀벌의 선천적 면역 반응을 높이고 감염의 저항성을 높이는 영양제 ‘바이오패티(BioPatty)’ 개발에 성공했는데요.

2019년,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국제미생물생태학회(ISME) 저널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패티를 투여한 벌통은 대조군에 비해 병원균에 저항성이 높았으며, 바이오패티의 일부 미생물은 살충제에 결합해 벌이 화학물질을 덜 흡수하게 도왔습니다.

바이오패티는 2018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최고의 발명품(Best Inventions)’으로도 선정됐는데요.

아울러 연구팀은 누구나 데이터를 검증하고 비교교차분석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GitHub)에 꿀벌 관련 미생물 데이터베이스 ‘BEExact를 공개했습니다.

 

▲ 산호 프로바이오틱스 선별검사를 위해 산호군락에 식별표를 달고 있는 KAUST 연구팀 모습. ©SeedLabs·Helena Villela, 트위터

2️⃣ 산호 백화 막는 ‘산호 영양제’

시드랩스는 2021년, 산호초에 초점을 맞춘 차기 프로젝트를 발표합니다. 산호초는 해양 생물의 25% 이상이 서식하는, 세상에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 중 하나입니다. 허나 세계산호초관찰네트워크(GCRMN)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백화 현상 등으로 지난 10년간 전 세계 산호초의 14%가 사라진 상황입니다.

이에 시드랩스는 백화 현상을 막고 산호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산호 프로바이오틱스를 연구하는 라켈 페이소토 박사와 협력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KAUST) 부교수인 페이소토 박사는 인간에게 유익한 생리작용을 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산호에도 이롭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실험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주입한 산호의 안정성과 생존 확률 모두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현재 시드랩스와 KAUST의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산호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접근방식을 갖춘 다음, 홍해에서 현장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지난 5년간(2018-2022) 글로벌 리스크 순위 변동 그래픽. ©greenium

플라스틱·꿀벌·산호초…기업이 생물다양성에 관심 갖는 이유는? 🤔

그런데 기업들이 이토록 생물다양성 회복에 관심을 쏟는 이유, 단순히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이미지 개선 때문이 아닙니다. 생물다양성 손실이 우리의 경제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는 2022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Global Risk Report 2022)에서 향후 10년간 세계가 당면할 10대 리스크 중 3위로 생물다양성 손실을 꼽았습니다. 생물다양성 손실은 식량 공급 감소와 의약품 및 원자재의 잠재적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영국 엘렌맥아더재단(EMF)은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보존·복원 노력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제품의 생산·사용·소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순환경제가 근본적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 생물다양성 손실 막기 위한 COP15, 오는 12월 몬트리올서 개최돼! 🇨🇦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칠 생물다양성 손실. 그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1992년 리오 지구정상회담에서는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 미국을 제외한 195개국이 참여해 생물다양성협약(CBD)을 맺었는데요.

오는 12월 7일부터 19일까지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 2부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2021년 COP15의 당사국인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열린 1부 회의의 연장선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부 회의 시기가 연기되고, 장소도 캐나다 몬트리올로 변경됐는데요. 이번 COP15에서 향후 10년간 적용될 ‘포스트-2020 글로벌 프레임워크’가 최종 채택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