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인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대보초)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29일 유네스코(UNESCO)와 세계자원보존연맹(IUCN)이 이날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렇게 권고했는데요.

두 기관 연구진은 지난 3월 그레이트배리어리프를 방문한 결과,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호주 정부가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보존을 위해 더 많은 투자와 더 강력한 기후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이는 비단 그레이트배리어리프만의 일은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인해 세계 산호 생태계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 1.5℃ 상승 시 세계 산호초는 70~90% 정도 줄고 2℃ 상승 시에는 99%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해양 생물의 4분의 1가량이 산호초에 서식합니다. 또 관광·어업 등 산호초에 기대 생계를 이어가는 세계 인구만 5억여명을 넘는 상황.

이 때문에 산호 보존 및 복원을 위한 기술 개발이 절실한 것인데요. 이에 산호 복원 기술에 혁신을 불러온 한 해양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 산호 복원 전문 해양 스타트업 ‘코랄 비타’의 공동설립자인 샘 타이셔(왼)와 게이터 핼펀(오)의 모습. ©Coral Vita

美 예일대학원 출신 기업가들이 산호 복원 전문 스타트업을 설립한 이유는? 🌊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에는 산호초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코랄 비타(Coral Vita)’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샘 타이셔게이터 핼펀, 두 사람에 의해 세워진 산호 복원 전문 해양 스타트업인데요.

미국 예일대학교 산림환경대학원(FES)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바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자란 핼펀의 경우 일찍이 서핑을 즐기며 바다에 매료됐는데요.

타이셔의 경우 13살 때 이미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갖출 정도로 해양 생태계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는 대학원 진학 전 ‘갭이어(Gap Year)*’로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타이셔는 모리셔스해양연구소에서 모리셔스 연안 일대에 5,000개가 넘는 산호 군락을 복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는 “이때 나는 산호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는데요. 그러면서 기부금이나 보조금에 의존하는 산호 복원 프로젝트가 산호 생태계가 붕괴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을 깨달았다고 타이셔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산호 복원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영리 방식을 고려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대학원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핼펀을 만난 타이셔는 몇 년간 아이디어와 수익 모델을 논의한 끝에 코랄 비타를 설립합니다.

 

*갭이어(Gap Year): 학업이나 업무를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체험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

 

▲ ‘미세 조각화’ 기술로 잘린 산호 조각들이 양식장에서 재배되는 모습. ©Coral Vita

최대 50배 이상 더 빨리 자라는 산호 재배 기술…‘미세 조각화’ 기술 덕분 🧪

코랄 비타는 혁신적인 산호 재배 기술을 통해 기존 방법보다 최대 50배 이상 더 빨리 자랄 수 있는 산호 농장을 운영 중입니다. 회사 측은 연간 10억 개 이상의 산호를 재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이 목표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은 ‘미세 조각화(Microfragmentation)’란 기술 덕분입니다. 이 기술은 쉽게 말하면 산호를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조각으로 자른 다음 해수로 채운 탱크에서 키우는 것입니다. 이 기술은 산호를 이루는 ‘폴립(polyp)’의 치유와 성장을 자극해 이전보다 빠르게 자라게 돕는데요.

회사 측은 사람의 피부가 상처를 치유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산호의 성장이 촉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바하마에 있는 코랄 비타 산호 농장에서 양식 중인 산호의 모습. ©Coral Vita

미세 조각화 기술을 사용할 경우 산호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4개월 이내 성체로 자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산호가 1년에 1cm 생성될 만큼 성장 속도가 느린 점과 비교해 기술 자체가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이들 산호 조각은 육지에 있는 탱크에서 일정 기간 성장을 거칩니다. 이후 조각들은 연안 일대에 심어지는 것인데요. 이 작업은 기존 방법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노동집약적인 경향이 있으나 ‘통제된 환경’에서 산호를 대량으로 복원할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즉, 전통적인 방법에 비해 효율적으로 산호를 복원할 수 있단 것인데요. 또한, 코랄 비타는 해수 온도 상승에 대한 산호의 기후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실험도 진행 중입니다.

 

▲ 허리케인 ‘도리안’이 지나간 이후 코랄 비타의 모습. 폭풍 해일로 인해 산호 탱크와 사무실, 실험실 모두 큰 손상을 입었다. ©Carlos Mason

기상이변 몸소 느낀 코랄 비타…“산호 복원 결의 다지게 돼” 🌀

코랄 비타는 설립 초기 자금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가장 최악이었던 사건은 2019년에 일어났습니다. 허리케인 ‘도리안’이 바하마를 강타한 것. 산호 농장이 가동된지 불과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폭풍 해일로 인해 육지에 있는 30개의 산호 탱크 중 20개가 바닷속으로 사라졌는데요. 나머지 탱크들도 심하게 손상됐을뿐더러, 연구실조차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이후 복원이 채 되기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며 예정됐던 계획들이 차질을 빚었는데요.

그러나 이때의 사건은 되려 산호를 빠르게 복원시키겠다는 코랄 비타 설립자들의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몸소 체험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코랄 비타는 여러 노력 끝에 2020년 3월 끝에 산호 농장을 재개장합니다. 이듬해 코랄 비타는 200만 달러(약 26억원) 규모의 시리즈A 펀딩에 성공하는데요. 같은해 회사 측은 바하마 정부와 첫 산호 복원 계약을 체결합니다. 바하마 연안 일대에 약 6,000개의 산호를 복원했는데요.

이에 대해 클레이 스위팅 바하마 농업해양자원부장관은 “(코랄 비타는) 대단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코랄 비타의 주고객은 산호초 보존 및 복원에 관심을 둔 곳들입니다. 정부, 호텔, 여행사, 환경단체 등 고객은 다양합니다.

 

▲ 코랄 비타의 산호 탱크 모습. 산호 조각들이 육지 탱크에서 먼저 성장한 후 바닷속으로 돌아간다. ©Coral Vita

사우디·UAE·이스라엘 등 중동 국가 코랄 비타 기술력에 관심 가져 🏝️

최근에는 중동 국가들이 코랄 비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코랄 비타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함께 홍해 산호 복원 협력을 시작했다고 밝혔는데요.

또 아랍에미레이트(UAE)계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DP월드(DP World)로부터 50만 파운드(약 8억원)를 지원받아 중동 내 육상 기반의 상업용 산호 농장을 건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코랄 비타 측은 이스라엘 정부와도 협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코랄 비타는 또한 산호 농장 투어·산호 및 해양 생태계 교육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이에 대해 코랄 비타는 “시작 비용을 추당하기 위해 후원과 같은 자선 활동에도 의존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측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산호 농장이 후원받은 금액만 약 6만 달러(약 7,7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 출신의 두 기업가가 굳이 바하마에서 창업한 이유는? 🤔
바하마와 같은 작은 도서국들은 미국에 비해 규제가 적기 때문이라고 코랄 비타 측은 밝혔는데요. 아울러 해수면 상승, 산호 생태계 황폐화 등 국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직면한 도서국 입장에서 협력이 다소 용이할 것이라 판단됐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습니다.

 

▲ 코랄 비타의 산호 조각이 옮겨지는 모습(왼). 지난 10월 영국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가 코랄 비타의 산호 농장을 방문(오)했다. ©Coral Vita

국제환경상 ‘어스샷’ 수상한 코랄 비타…“산호 복원 궁극적 해결책 아냐!” 🏆

한편, 코랄 비타는 영국 윌리엄 왕세자가 만든 국제환경상 ‘어스샷(Earthshot Prize)’의 첫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열린 제1회 어스샷 시상식 해양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선정됐는데요. 100만 파운드(약 16억원)의 상금을 토대로 추가 연구개발(R&D)을 위한 연구진을 고용했습니다.

최근 코랄 비타는 또 상금을 바탕으로 산호 조각이 더욱 빠르게 자랄 수 있는 구조물 ‘산호 쿠키(Coral Cookies)’ 개발에도 성공했는데요.

 

▲ 코랄 비타의 ‘산호 쿠키’는 산호 조각 7개가 자랄 수 있는 구조(왼)이며 산호 탱크에서 자란 조각들이 이식(가운데)된다. 추후 바닷속(오)에서 산호들이 자랄 수 있는 암초 역할을 한다. ©Coral Vita

다만, 코랄 비타 측은 “산호 복원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기후탄력성을 갖춘 산호의 복원 속도를 높여도, 온실가스 배출량(GHG)이 줄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단 것인데요.

이에 대해 타이치 공동설립자 겸 최고책임자는 “우리는 산호를 죽이는 것을 멈출 필요가 있다”며 “산호와 지역사회가 함께 번영하고 생존하는 복원경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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