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에서 (러시아 사업 철수는) 올바른 결정이다.”

덴마크 맥주 기업 칼스버그의 세스 하트 최고경영자(CEO)가 러시아에서의 사업 철수를 발표하며 한 말입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유럽 맥주 대기업인 칼스버그 하이네켄이 러시아 사업 철수를 발표했습니다. 두 기업은 러시아 맥주시장 점유율에서 각각 1·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칼스버그의 지난해 러시아에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체에서 각각 10%와 6%를 차지하고, 하이네켄의 러시아 매출 규모는 전체에서 2% 가량입니다.

두 기업 모두 이번 철수에 따른 손실을 감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하이네켄은 성명에서 러시아 현지 사업을 새 소유주에게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그 어떤 경제적 이득도 취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주요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해 초강도 경제제재를 가한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칼스버그와 하이네켄처럼 전례 없는 대러 제재에 동참해 현지 사업 철수 혹은 일시 중단을 결정한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는 중인데요.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 및 일시 중단을 결정한 기업들을 정리했습니다.

 

© 러시아 침공 후 맥도날드, 넷플릭스, 쉘(Shell), 유니클로 등 다국적 기업들이 잇따라 현지 사업 철수 및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_greenium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 떠난 기업 600여개 돌파해 🇷🇺

미국 예일대 CEO리더십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부터 4월 6일까지 600개 이상의 기업이 러시아 현지 사업 중단 및 철수를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러시아 사업 전면 철수를 결정한 기업은 252개로 집계됐죠.

러시아 사업 전면 철수를 선언한 252곳에는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인 쉘(Shell)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포함됐는데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 런던 증권거래소그룹(LSEG),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롤렉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들도 업종과 유형을 막론하고 러시아 사업 전면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우리 기업 중에는 러시아 노선 운항을 4월 말까지 잠정 중단한 대한항공이 포함됐습니다.

같은기간 러시아 사업을 일시 중단한 기업은 237곳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맥도날드, 스타벅스, 아디다스, 유니클로, 프라다 등의 기업이 포함됐는데요. 러시아 현지 공장을 일시 중단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해당 항목에 집계됐습니다.

 

© 버거킹, 서브웨이, 아코르 호텔 등 일부 기업은 러시아 현지 사업을 중단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_TripAdvisor, 갈무리

맥도날드는 문을 닫았는데, 버거킹은 왜 아직 운영 중이야? 🍔

사실 예일대 CEO리더십연구소의 분류상 버거킹은 러시아 현지 사업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집계돼 있습니다. 허나, 러시아 내 800여개 이상의 버거킹 매장은 여전히 영업 중인 상황! 맥도날드가 철수를 발표했을 무렵 버거킹도 철수 의사를 밝히긴 했는데요. 맥도날드는 러시아 매장 중 85%를 본사가 직접 소유·운영한 덕에 일시 중단이 가능했으나, 버거킹은 현지의 복잡한 프렌차이즈 협약으로 제약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버거킹이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버거킹은 사업주에게 연락해 현지 매장 운영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다만, 현지 프렌차이즈 사업자들이 본사 기조에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요. 일단 버거킹은 러시아 내 추가 매장 확장에 대한 승인 및 본사가 제공하는 마케팅과 공급망 지원 등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분류상 ‘일시 중단’에 포함된 것!

더불어 영국 소매기업인 막스 앤 스펜서(M&S)나 호텔 그룹인 메리어트와 아코르, 패스트푸드 기업 서브웨이 등이 비슷한 이유로 인해 철수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습니다.

 

© 대러 제재로 선반이 텅 빈 러시아 매장의 모습_raging545, 트위터 갈무리

한편, 유니레버와 프록터앤갬블(P&G) 등 생활용품 기업의 경우 생활필수품을 제외한 상품들의 판매만 중단했습니다. 펩시코와 네슬레 등 식품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필수품 판매는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러시아 현지 근로자 생계를 책임지고 필수품을 공급할 의무를 근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다만, 감자칩이나 요거트 등 필수품이 아닌 제품도 판매하고 있단 사실이 전해져 이와 관련해 주요국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단 소식도 들려옵니다.

러시아 사업 전면 철수 혹은 일시 중단 등을 선택한 기업들을 업종별로 구분해서 본다면.

  • 금융 💳 :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비자, 무디스 뱅크오브차이나, LSEG, HSBC 등
  • 자동차 🚗: 벤틀리, 포드, GM, 현대, 재규어, 도요타, 퓨마 등
  • 에너지 🔋: BP, 쉘 등
  • 식료품 및 생필품 🍔: 펩시, 코카콜라, 맥도날드, 스타벅스, 3M, 던킨도넛, 이케아(IKEA), P&G 등
  • 의류 👚: 버버리, 프라다, 샤넬 캐나다구스, H&M, 나이키 등
  • IT&테크 📲: 어도브, 애플, 인텔, 삼성, LG전자, HP, MS, 메타(구 페이스북), 노키아, 틱톡 등
  • 미디어 🗞️: 넷플릭스, 디즈니, 스포티파이, 소니뮤직 등
  • 호텔 🏨: 힐튼, 하얏트, 인터컨티네탈 등

 

👉 이들 기업이 수익을 포기하고 러시아 철수를 선언한 이유는?

 

© Atlantic Council, 유튜브 채널 캡쳐

131개 기업 철수 거부 의사 밝힌 상황…💼

물론 러시아 현지 사업 종료나 일시 중단을 거부한 다국적 기업들도 있습니다. 예일대 CEO리더십연구소는 131개 기업이 러시아 사업 철수 및 중단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 기업인 디디추싱을 비롯해 통신기업 화웨이, PC업체 레노버 등이 포함됐죠. 디디추싱의 경우 러시아 철수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가, 돌연 사업 철수 계획을 번복했는데요. 당시 철수 번복 계획을 놓고 중국과 러시아 협력 강화란 자국 정부의 정책 사이에서 곤란한 처치가 된 것이 아니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 기업들의 철수를 틈타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 내 시장 확대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WSJ은 물류나 자금 그리고 법적 면에서 장애가 있어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했죠.

예일대 CEO리더십연구소가 집계한 131개 다국적 기업과 별개로 러시아 현지 사업을 유지하려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롯데제과, 오리온, 팔도 등 국내 식음료업계가 대거 포함돼 있는데요.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초코파이’, 팔도는 ‘도시락’ 컵라면을 앞세워 현지 사업을 확대 중이죠. 초코파이와 도시락은 각각 러시아의 국민 간식과 라면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인데요.

이들 기업은 러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수십년간 공을 들여온 만큼, 대러 제재에 맞춰 철수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임을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대러 제재에 동참해 현지 사업을 철수할 경우 추후 불매운동의 표적이 될 수 있단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죠. 반면, 경제적 이득에서 벗어나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대러 제재에 동참해야 한단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채용공고_Amchan Romania, 홈페이지 캡쳐

우크라이나 난민 위한 기업 지원도 늘어 🇺🇦

한편,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앞장서는 기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채용 전문 플랫폼인 링크드인(LinkedIn)에서는 전쟁 장기화로 생계유지가 힘든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채용공고를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채용 전문 기업인 아데코(Adecco)와 맨파워그룹(Manpower Group)의 경우 우크라이나인과 고용주 모두를 위해 우크라이나어와 영어로 된 직업 채용 플랫폼을 개설했죠.

스타트업 커뮤니티인 팩토리 베를린(Factory Berlin)은 독일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의 채용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죠. 팩토리 베를린은 6개월간 매월 150유로(한화 약 20만원)의 지원금과 공유사무실 이용권, 커뮤니티를 통한 고용기회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이밖에도 여러 기업이 채용기회 제공 및 물품 지원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스테판 르마이어 국제구호위원회(IRC) 유럽프로그램 부국장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난민과 비교해 볼 때 이런 신속한 일자리 지원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죠.

시간이 흐를수록 러시아 현지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일시 중단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 잔류 의사를 밝힌 기업 중에서도 ‘탈 러시아’ 대열에 동참하는 이가 늘고 있죠. 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니엄이 계속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