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방글라데시 경제

쌓여가는 의류 폐기물. 패션 관련 일회성 소비는 이미 여러 번 문제 된 이슈인데요. 대량 생산, 값싼 노동력을 토대로 세워진 저렴한 상품군, 급진적인 이미지에 소비자들을 홀릴 수밖에 없는 패스트 패션은 트렌드에 기반한 빠른 소비에 몸집을 불렸습니다.

신속히 유행을 나르기 위해 효율성만을 극대화한 구조 덕분에 소비자들은 편리하게 패션을 향유할 수 있게 됐지만, 20년 후인 지금 패스트 패션은 필요악의 경계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패스트 패션의 도약과 함께 성장한 나라가 있는데요. 바로 인도 옆에 있는 작은 나라 방글라데시!

패스트 패션 기업의 곡창 지대로 소모되는 방글라데시는 현재 패션 선순환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잡기 위해 꿈틀대고 있다고 합니다.

방글라데시는 중국 다음으로 제2의 의류 생산국으로, 전국적으로 8,000개가 넘는 의류 공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수입은 국가 총수입의 80%를 차지하죠. 방글라데시 같은 봉제 의류 기반 산업국들은 패스트 패션에 경제적으로 의존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스트 패션 존폐에 따라 경제적 재난을 겪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패션 산업이 휘청거리자, 방글라데시는 약 30억 달러(한화 약 3조 3,000억 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또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실직하며, 빈민가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죠.

경제적 고난으로 인해 지난해 방글라데시 소셜 미디어에는 #PayUp이란 해시태그 운동이 번졌는데요. 이는 방글라데시 근로자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고, 의류 주문을 취소한 패션 브랜드를 폭로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처럼 방글라데시는 패스트 패션과 끊임없는 불협화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순환경제 구축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패션의 곡창 방글라데시, 지속가능성 꿈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P4G 회의에서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협회 회장인 파루크 하산(Faruque Hassan)은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류 폐기물을 생산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연간 40만 톤의 의류폐기물이 생산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데, 이 중 약 5%만이 지역에서 재활용된다”며, “자원 채취-대량생산-폐기의 선형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하기 힘들어져 지속가능한 환경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순환경제’가 도입돼야 한다” 밝혔습니다.

© abrushmi, 인스타그램 갈무리

패스트 패션의 피해자는 따로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 쉽게 생산돼, 쉽게 구매되고, 쉽게 버려지는 패션 산업 구조는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의류 생산은 매년 12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합니다. 특히, 저렴한 옷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소재는 석유로 만들어져 일반적인 면화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한 해 동안 폴리에스터 생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은 약 6,600억kg으로 패스트 패션 성행에 따라 이 수치는 나날이 갱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단 염색 공정에서 독성 염료와 화학 물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여기서 방생한 폐수가 인근 강으로 방출돼 물을 오염시켜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질병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방글라데시 국민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방글라데시 의류 산업의 고질적 문제, 열악한 근무 환경입니다.

‘패스트 패션’이라는 용어가 방글라데시에서는 조금 다르게 읽힌다고 합니다. 많은 노동자의 희생 위에 지어진 산업이기 때문이죠. 저렴하고 빠른 노동에 대한 요구는 열악한 근무 조건을 만들고, 결국 끔찍한 재난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2005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위치한 의류 공장이 무너져 64명이 사망했으며, 2012년 역시 의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12명이 사망, 2013년에는 5개의 의류 공장이 있는 8층짜리 빌딩이 무너져 1,13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근로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일터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지이며, 브랜드는 하청 업체를 통해 공장을 관리할 뿐 근무 환경을 들여다 보지 않습니다.

이렇듯 비윤리적인 노동 관행이 문제시되자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근래 대두되고 있는 지속가능성은 환경을 헤치지 않는 생산 과정은 물론 공정 무역과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부분을 포괄합니다.

이는 ‘패스트 패션의 피해자’라 불리는 방글라데시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수불가결한 사항이 된 결정적인 이유 아닐까요?

© Francois Le Nguyen, UNSPLASH

위기를 기회로, 지속가능성으로 만들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잇달아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구조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에 가장 주요하게 떠오른 ‘순환 패션 파트너십(CEP, Circular Fashion Partnership)’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12번 목표인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토대로 순환경제에 초점을 맞춰 구성된 것이 특징인데요. 방글라데시의 의류 제조 회사 및 재활용 회사와 같은 30개 이상의 국제 브랜드를 통합,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류 폐기물 또는 버려지는 재고를 파악해 새로운 패션 제품으로의 전환하는 선순환 목표로 합니다.

CFP의 활약이 절실한 곳은 방글라데시 같은 봉제 의류 기반 산업 국가입니다. 앞서 서문에서 살펴 봤듯이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류 폐기물을 생산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의류 생산국 중 가장 수요가 많은 만큼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다량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폐기물이 수출되거나 곧장 매립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빠른 시일 내에 의류 폐기물을 자원으로써 활용해야만 하는 미션이 주어진 것입니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금융기구 ‘녹색 기후 기금(GCF, The Green Climate Fund)’은 방글라데시 의류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별도의 프로젝트를 승인했습니다. 녹색 기후 기금과 CFP를 통해 방글라데시의 재활용 능력을 확장하고 의류 폐기물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된 순환경제 모델이 성공적이라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과 같이 인접한 국가에도 적용해 패션 산업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거란 기대 또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섬유 폐기물 추적 및 거래 플랫폼인 리버스 리소시스(Reverse Resources)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시장에 순환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2030년까지 의류 제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40%를 재활용 섬유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방글라데시에 적용된 순환경제 모델 결과는 올해 말 ‘방글라데시 순환 플레이북(Circularity Playbook for Bangladesh)’이란 보고서로 공유된다고 합니다.

 

 📌 GREENIUM NOTE

  • 의류 폐기물로 시름하는 방글라데시
  • 순환경제 모델 적용해 의류 폐기물 재활용 UP, 지속가능성 UP
  • 방글라데시 순환경제 모델 성공하면, 주요 의류 생산국들도 적용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