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님이 출연하며 화제가 된 광고를 아시나요? 이 광고 속에는 ‘남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사’라는 문장이 등장하는데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마음껏 사’면 안 되는 문제들로 만연합니다. 우리는 입을 옷이 없다며 푸념하지만 당장 옷장만 열어봐도 ‘못’ 입는 옷이 아니라, ‘안’ 입는 옷의 비중이 훨씬 클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옷을 잔뜩 쌓아 두면서도 매 시즌 새로운 옷을 구매하고 있으니까요.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인 5명 중 1명은 한 달에 10번 모바일 앱으로 의류를 쇼핑한다고 합니다. 각종 패션 어플리케이션의 간편한 결제 시스템 덕분에 우리는 손쉽게 의류를 구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의 비중을 더욱 커져만 가고 있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온라인 쇼핑을 더 많이 이용했다고 응답한 한국 소비자는 1년 전보다 43% 증가했다고 합니다.

 

© 지그재그(zigzag), 유튜브 갈무리

패스트 패션과 간편한 온라인 쇼핑이 대두됨에 따라 저렴한 대안이 많아지면서 값싼 의류를 자주, 더 많이 구매하는 소비 형태로 변화해 왔습니다. 과잉된 소비만큼 쉽게 버려지는 의류는 어느새 일회용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의류 폐기물은 플라스틱만큼이나 지구를 위협하는 문제로 변모했습니다. 작년에 발표된 맥킨지(McKinsey)의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 산업으로 인한 세계 탄소 배출량은 연간 21억 톤으로, 이는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의 4%를 차지하는 수치이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2030년까지 연간 약 27억 톤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쉽게 사서 쉽게 버려지는’ 문제적 사이클에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증가하자, 많은 패션 브랜드와 기업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에 무게를 싣지 않고 패션을 향유할 수 있는 건강한 쇼핑은 어떤 모습일까요?

 

패셔너블한 지속가능성을 위해

소비자가 움직이면, 기업도 변하기 마련이죠. 글로벌 커머스 마케팅 기업 크리테오에 따르면 MZ세대의 52%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를 한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는 이 MZ세대의 지갑을 열기 위해 지속가능성이란 가치를 내세우며 컬렉션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2021 S/S 컬렉션에서 프라다는 시그너처 나일론 소재를 재활용한 제품 라인을 선보였고, 같은 시기에 코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한 원료를 사용한 업사이클 핸드백을 소개했습니다. 또한, 알렉산더 맥퀸은 재고 창고에서 찾은 폐원단을 사용해 컬렉션을 채우기도 했죠.

© (좌) Coach, 2021 S/S / (우) PRADA, 2021 S/S

지난해 구찌 역시 ‘구찌 오프 더 그리드(Gucci Off the Grid)’라는 캠페인에서 생분해성, 재활용 바이오 기반 소재로 만든 스포티 룩과 액세서리를 선보이며 주목받았습니다. 순환 미래를 꿈꾸며 기획된 해당 캠페인은 새로운 원료 사용을 지양하고 재생 섬유 탐구에 초점을 맞출 거라 선언했죠. 명품 브랜드 중에서 최초로 순환 시스템 도입을 앞둔 구찌, 앞으로 많은 브랜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 예상됩니다. 이처럼 환경을 소진하는 생산 방식을 버리고 먼지 쌓인 창고에 버려진 자투리 원단부터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원단, 매립됐을 때 생분해되는 원사까지 지속 가능한 선택지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 Gucci, 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흐름은 유행이 지나 빛을 잃은 과거의 컬렉션에 두 번째 삶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면서 헌옷의 재사용, 리폼과 수선이 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원단을 이어 붙여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보이기도 하고, 유니크한 콜라주를 완성하는 방식 등 실험적인 패션은 많은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죠. 의류의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과 서비스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우는 브랜드가 등장하기까지 하는데요.

 

ⓒ patagonia, 홈페이지 갈무리

주인공은 바로 파타고니아. 새로 사지 말고 고쳐 입자고 말하는 파타고니아는 갖고 있는 옷을 더 오래 입기 위해 ‘원 웨어(Worn Wear)’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원 웨어는 브랜드를 막론하고 어떤 의류 제품이든 무상으로 수선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헌 옷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 전략 덕분에 가치를 소비하는 MZ세대가 기꺼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30% 이상 늘었고, 지난해 400억 원 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패셔너블한 지속가능성 아닐까요?

 

헌 옷의 다시 쓰임, 세컨핸드

손을 두 번 탔다는 뜻으로 중고 제품을 칭하는 세컨핸드. 리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세컨핸드도 함께 주목 받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글로벌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에서 명품 브랜드와 힘을 합친 ‘리 컬렉션(Re collection)’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발렌시아가, 드리스 반 노튼, 스텔라 맥카트니 등 유명 브랜드로부터 기증 받은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죠. 이뿐만 아니라 더 리얼리얼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이 성행하면서 옷의 수명을 확실히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 The RealReal, 홈페이지 갈무리

헌 옷은 팔기도, 사기도 어려운 축에 속하지만 미국에서 ‘중고 의류 업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스레드업(thredup)’은 하루 평균 10만 벌 넘는 헌 옷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판매자가 헌 옷을 보내면 그중 판매 가능한 제품을 선별, 세탁한 뒤 가격을 붙여 홈페이지에 등록하는 일을 대신해줍니다. 이를 통해 구매자는 저렴한 가격의 품질이 보장된 헌 옷을 새 옷처럼 구매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국내 중고 의류 거래 환경은 어떨까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청년들은 2명 중 1명이 중고 물품을 판매해 본 적 있다고 합니다. 이 중고 물품 판매의 84%가 온라인 직거래로 이뤄진다고 하죠. 특히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것은 의류 및 패션 잡화로 국내에서도 중고 의류 시장이 조금씩 덩치를 키워갈 전망입니다.

기존 국내의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는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가 있지만, 의류에 특화된 서비스는 아니었는데요. 최근 중고 의류 플랫폼 ‘어플릭시(APPLIXY)’와 ‘마켓인유(market in u)’가 등장하면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두 플랫폼 모두 스레드업처럼 중고 의류를 선별하고, 제품을 세탁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듦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부여합니다. 새 상품과 다름 없는, 어쩌면 시간이 묻었기에 더 의미 있는 세컨핸드 제품들. 과연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해줄 신선한 대안이 될까요?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합니다.

 

© Fashion United, 홈페이지 갈무리

환경 문제에 가장 크게 반응하고 있는 세대는 바로 MZ 세대입니다. 이들은 화려한 패션의 겉치레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탐구하고자 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했을 때 소비를 합니다. 이러한 MZ 세대를 잡기 위해 기업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속가능성이 옵션이 아니기 때문이죠.

브랜드는 패션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경 파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지속가능한 소재를 채택했고, 폐기물을 줄이는 쇼핑이 대두되면서 리커머스와 세컨핸드 시장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철옹성 같았던 패션계의 사치 소비가 무너지면서 그 빈 자리를 지속가능성이 채우고 있는 요즘. 머지않은 날 패션계에서도 환경 그리고 순환경제를 고려한 패션이 주류가 되지 않을까요?

 

📌 greenium note

  • 지구에게 가벼운 건강한 쇼핑은 없는 걸까?
  • 젊은 층을 잡기 위한 브랜드들의 지속가능한 시도들
  • 리커머스와 함께 성장중인 세컨핸드
  •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