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필수품, 라면 가격이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등했습니다.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라면 가격은 11% 상승해 2009년 2월 14.3%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고 합니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20% 인하, 농축수산물 할인 행사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식량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식량 가격이 계속 오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식량 가격은 개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큰 여파를 몰고 오곤 했는데요. 먼저 인도 정권을 바꾼 ‘양파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 (좌) 2019년 치솟은 양파 가격에 항의하는 인도 내 시위 (우) 1980년 당시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가 양파 화환을 목에 걸고 있다_PTI 갈무리

간디의 숨은 조력자, 양파 🧅

인도 가정식의 대표주자인 커리나 비리야니(인도식 볶음밥)에는 엄청난 양의 양파가 들어갑니다. 아무리 가난한 인도인들도 양파 조각을 늘 곁에 두고 다닌다는 말도 있는데요. 분명 양파는 인도 가정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입니다. 동시에 인도 정권을 좌지우지했던 채소인데요. 1966년 인도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올랐던 인디라 간디가 정권을 되찾는데 양파의 도움이 있었단 사실, 들어보셨나요?

인디라 간디는 1977년에 실각한 이후 3년만인 1980년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았는데요. 총선거 직전인 1979년 12월, 인도의 양파 가격은 절정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당시 인디라 간디는 집회에 참여해 대중 앞에서 양파를 엮어 만든 화환을 흔들며 치솟은 양파 가격을 잡지 못한 정부를 공격했습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그는 이후 선거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 Amit Bandre_The New Indian Express

인도에서는 이후 선거철만 되면 ‘양파의 정치’란 말이 유행합니다. 우리나라의 라면처럼 인도에서는 양파가 장바구니 시장을 상징하는 하나의 척도가 된 것인데요. 2019년엔 인도 전역을 덮친 가뭄으로 인해 양파 값이 전년 대비 3배가 뛰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당시 도시 곳곳에선 양파 가격 상승을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이에 인도 정부는 양파 수출 중단을 선언하죠. 남아시아 일대 최대 농산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인도의 양파 수출 중단으로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인접국에서도 비상이 걸렸는데요. 파키스탄은 앙숙이자 라이벌 관계인 이란에 양파 수출을 요구하기에 이릅니다. 양파 하나로 인해 인근 국제 관계가 떠들썩했었던 것이죠.

식량 가격이 정치를 바꾼 역사는 이외에도 많습니다. 전 세계를 바꾼 프랑스 혁명은 1789년 바스티유 함락 이전 빵 가격 상승을 항의하는 폭동에서 비롯됐습니다. 1918년의 쌀값의 급격한 상승은 일본에서 폭동으로 이어져 당시 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을 사임시켰습니다. 2010년대 아프리카 북부를 시작으로 중동 전역에 번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밀가루 가격 상승이었단 사실도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입니다.

 

© FAO 제공

급등하는 식량 물가, 부추기는 기후변화 📈

식량 가격 문제는 작은 소요에서 크게는 정치 체제의 전복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식량 가격 급등의 원인이 천재지변이나 유통 문제 등으로 인한 경우 원인이 해결되면 곧 진정됐는데요. 문제는 앞으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이 더 심해질 예정이란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가격 상승이 더 장기화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하는데요.

현재 전문가들은 지금 겪는 물가 불안의 원인을 지구촌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병목 현상을 꼽습니다. 하지만 식량 물가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지난 5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에서 곡물 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3.2% 상승했고 식물성 기름의 가격 지수는 9.6% 상승해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FAO는 곡물 가격 지수 상승의 원인으로 캐나다, 러시아,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수확 감소로 세계 밀 가격이 5% 상승했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FAO 발표 하루 전인 4일 미국 농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뭄으로 인해 북반구 평야의 봄철 밀 수확량이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 농심 제공

한국의 ‘양파’ 후보, 나야 나! 🖐️

기후변화의 영향을 겪는 건 우리나라의 밥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없이는 못 사는 김치🥬, 소울푸드 라면🍜, 완전식품으로 사랑받는 달걀🍳까지. 인도에선 필수 재료인 양파가 정치를 들었다 놨다면, 한국 밥상에선 이 재료들이 온 나라를 들썩이는데요. 이유가 뭐냐고요? 그야 기후변화 때문에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주식(主食)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자세히 뜯어보자면,

🍜: 이젠 11개 가격으로도 10개를 못 사 먹는다고!

앞서 밀가루 가격이 급등하면서 라면 가격이 인상됐다고 했는데요. 라면 가격은 지난해 대비 11%나 인상됐죠. 기후 및 식량안보 전문가들은 주요 밀 생산국에서 가뭄과 홍수가 점점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 밀가루 생산량은 매우 낮은데요.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2017년 기준 1.7%에 불과한 상황. 밀가루 소비의 98% 이상이 수입 밀에 의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라면의 가격 인상은 계속될 예정이라고.

🍳: 계란 한판에 3,990원이던 시절을 기억해?

달걀은 작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파동 이후로 가격이 2배가량 오른 뒤 진정되지 않고 있는데요.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AI가 더 빈번해지고 있단 점입니다. AI는 닭, 오리, 철새 등 여러 종류의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인데요. 주로 철새를 매개로 국내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AO에 의하면, 기후변화는 철새 생태에 영향을 끼쳐 AI 확산을 촉진한다고 하는데요.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철새의 서식지와 이동 경로, 중간기착지에 변화가 생기며 철새 간의 접촉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 나야 나, 금(金)추!

지난 10월, 맥도날드는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해 양상추 가격이 급등하자 양상추 없는 햄버거를 내놓았는데요. ‘불고기 마카롱’이란 조롱도 받았었죠. 한파의 피해를 맞은 건 양상추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을장마, 그리고 이어진 한파에 충북 지역의 배추 농가는 바이러스와 무름병이란 날벼락을 맞았는데요. 또 다른 배추 산지인 강원도에선 기온이 오르면서 2001년 대비 2019년 재배면적이 절반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 Vicky Ng, Unsplash

2050년, 한국인의 밥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

이외에도 우리 밥상의 많은 반찬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기상청과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주식인 쌀(벼)은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면 꽃 수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습니다. 콩의 경우 재배 가능 면적이 점차 확대되지만 2070년대에는 지나친 고온의 영향으로 감소하며, 옥수수도 마찬가지로 온난화로 인해 생육 일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김치의 주재료 중 하나인 고추는 세기말이 되면 생산량의 89%가 줄 것으로 분석됐죠.

이처럼 기후변화가 계속될 미래의 밥상은 비관적으로 보이는데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2050년 주요 곡물 가격이 최대 23% 상승할 것이라며 식량안보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가 함께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식량 생산에 위기가 오면 서로 자국의 식량을 지키려 할 것이란 건데요. 해외 농산물을 수입해오는 전통적인 방법이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일상과는 거리가 느껴졌던 기후변화는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와있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가볍게 안부를 묻는 시절을 그리워하는 날이 곧 올지 모릅니다. 기후변화를 멈추게 하기 위한 탄소 감축과 이미 온 기후변화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적응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모두 더욱 경각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 부족한 식량도 생산하면서 기후위기도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