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윤여정님이 출연했던 광고 ‘진짜가 되는 시간, 카스’ 기억 하시나요? 갈색으로만 생각했던 국내 맥주병이 투명하게 변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 또한 청량하게 변했습니다. 외국 맥주같은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는 호평도 받았죠. 그런데 카스는 왜 투명 병으로 바꾼 걸까요. 청량감 있는 이미지를 위해서? 디자인을 바꿀 때가 되어서?

© 카* 유튜브 영상 캡쳐

모두 맞지만 그리니엄은 조금 다른 이유도 생각해봤습니다.😏 최근 ESG 경영과 제로웨이스트(ZeroWaste), 폐기물을 줄이는 포장재 패키지 디자인이 대두되면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 즉, 기업의 자원 순환 시스템 구축이 화두이기 때문. 최근 여러 기업에서 포장재에 대한 변화를 가장 많이 시도하고 있는데요. 맥주병 같은 유리병도 이 포장재에 속하다 보니 병의 순환과 수명 연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이죠.

 

빈 병은 돌고 도는 중🔄

사실 맥주병은 자원 순환 개념으로 오래전부터 재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먼저 병의 생애주기를 이해하고 가보죠. 유리병 대부분은 주로 규암(=석영)으로 만들지만,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용도에 따라 이 외에도 천연 돌, 탄산나트륨, 수산화나트륨 등 다양한 원료가 사용됩니다.

제품별 조합 비율에 따라 배합된 원료를 → 고온의 용해로에서 액체로 녹이고 → 외형을 만드는 모양 틀에 주입한 후 → 냉각, 절단 등 성형 작업 → 품질 보증 과정을 거쳐 → 소비자에게 유통됩니다. 공병 혹은 음료·기름·술 등 식음료품의 포장재로 사용된 유리병은 종류 또는 색에 따라 분리수거 되어 폐기되거나 제조사가 수거해 재사용 혹은 재제조됩니다. 이 과정이 빈 병 대부분의 보편적인 생애주기인 것.

© Andrew Seaman, UNSPLASH

여기서 재사용과 재제조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재사용은 제품 혹은 부품을 사용한 후 단순 세척 → 정비 등 최소한의 작업을 거쳐 변형 없이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것. 재제조는 재사용이 어려운 폐기 단계에 있는 제품을 분해 → 파쇄 → 세척 등의 공정을 거쳐 새로운 상품으로 다시 만드는 것. 업사이클링 또는 재제조 상품이 그 예!

이 과정에서 병의 색깔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리병을 재제조할 경우 대부분 파쇄 후 재활용하는데 이때 유리병 재질 구조 상 색깔이 있는 유리병은 재활용 가치가 낮습니다. 국내는 유리병을 크게 3가지 백색(투명), 갈색, 녹색으로 구분합니다. 갈색과 녹색도 재활용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중 재활용 가치가 높은 것은 당연히 투명. 최근 대중화된 투명 페트병, 무라벨 생수와 같은 맥락이죠. 이외 병의 모양과 색이 제각각인 수입 맥주나 와인 등 다른 병들은 그 가치가 아주 낮거나 아예 재활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재사용은 물론 재활용을 원활하게 하려면 백색(투명) 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

🧐그래서 처음 언급한 카스의 경우 이런 면도 함께 고려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빈 병의 재사용, 왜 유리로 된 술병만?🍾

우리나라는 주로 술병을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횟수가 현저히 줄고 있죠. 자양강장제 음료도 비교적 꾸준히 재사용하고 있지만 이런 음료를 포함한 다른 유리병들의 재사용 또한 거의 전무한 현실!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보면 어떨까요?

첫째, 정형화된 수거-세척-공급 시스템 부재. 술이나 자양강장제의 경우 비교적 수급처와 병의 종류가 일정합니다. 술은 납품한 상점으로, 자양강장제는 약국으로. 각 제조사에서 납품한 점포로 수거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인데요. 이에 비해 일반 음료나 주스 병, 수입 와인 등은 재사용하고 싶어도 원활한 수급 시스템이 없습니다.

보통 유리병 대부분이 공병 반환 기기나 마트에서 대량으로 수거되다 보니 수급처는 물론 수급되는 병의 종류 또한 다양합니다. 당연히 분류 또한 어렵죠. 특히 각 제조사에서 수거하는 것 외에 일반적으로 유리병을 취급하는 분리수거 업체는 국내 약 150여 곳이 있으나, 전문적으로 선별하는 곳은 60여 곳. 그중에서도 중점적으로 관리되는 곳은 단 7개뿐입니다. 국내 유리병 재사용 시장은 각 제조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국가적 시스템 혹은 법적 제도도 없죠.

그래서 빈 병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입 주류 병을 컵으로 재생산하는 발트글라스, 해변에 버려진 폐유리병을 보석으로 만드는 비치코밍, 수입 지자체에서 폐유리병을 순환골재로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재활용 방법이 있지만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추가적인 자원과 환경 오염 등 다양한 문제들이 동반됩니다.

© Aleksandr Kadykov, UNSPLASH

둘째, 운영 과정의 번거로움. 판매한 제품을 다시 회수한다면 공급자 기준에선 번거로울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유리는 익히 알고 있듯이 깨지기 쉽습니다. 일반적인 공유경제(렌탈) 제품을 생각해본다면 비교가 쉽습니다. 깨지기 쉽고 세척도 어려운 데다 위생과 안전상의 이유까지. 비용, 공정, 운영 과정을 통틀어 효율성이 굉장히 낮은 편이죠. 사실 최근엔 맥주와 소주병의 재사용 횟수 또한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 이물질이 들어있거나 파손된, 운영 장비 및 인원 대비 급증하는 폐유리병의 양을 수용하기 어려워 그냥 버리는 경우도 있겠죠.

그래서 최근엔 소비자가 직접 매장으로 가져오는 리필스테이션이 등장하는 추세긴 하지만 파손 등 내구성에 대한 위험은 여전하죠. 제조 시 내구성을 강화한다면 파손 위험도 낮추고 재사용 횟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물론 제조 단가는 올라갈 수 있겠지만, 순환경제를 위한 기업의 책임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요?

셋째, 소비자의 선호도. 국내 소비자들은 유리병보다 페트병이나 캔을 선호합니다. 가볍고 깨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해외에서 보기 힘든 페트병 맥주가 국내에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 한때 우리나라 국민 물병이었던 델몬트 유리병. 시원한 보리차를 담는 것이 국룰인 이 유리병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튼튼해서 사람들이 가정에서 물병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회수가 되지 않아 병이 바뀌었다는 소문도 돌았죠.

사실은 다른 이유였습니다. 예전엔 주스를 화장품처럼 방문 판매로 유통했는데, 서서히 주스의 방문 판매가 사라지며 소비자들이 무거운 병을 직접 들고 다녀야 했고, 비교적 가벼운 페트병이 나오면서 대형 유리병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소비자가 찾지 않으니 기업도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죠.

© 델몬트 유리병, 한국델몬트후레쉬프로듀스

 

아이디어를 현실로, 코카콜라🥤

여기서 생각해볼 점. 페트병은 왜 재사용하지 않을까요? 페트병은 재사용보다 분쇄 후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사용한다고 유해 물질이 나오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입구가 좁아 깨끗이 세척하기가 어렵고 열에 약해 살균이 어렵다 보니 미생물 오염 가능성이 있어 재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 그래서 페트병은 애초에 일회용을 목적으로 생산합니다.

그런데 최근 코카콜라가 페트병을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평균 최대 25번 재사용 할 수 있어 전체 플라스틱 사용률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원리는 간단합니다. 국내 빈용기보증금제도처럼 소비자가 빈 병을 소매점에 반환할 때 ‘리워드’를 주는 시스템인데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소비자는 빈 콜라병을 소매점에 반납할 때 다음 구매 시 할인 혜택을 받는 것.

수거한 페트병들은 일반 유리병처럼 세척, 검수 등의 과정을 거쳐 재출고됩니다. 일회용 페트병을 다회용으로 재해석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새로운 페트병 생산량을 줄이고, 일회용 페트병보다 온실 가스 배출량 또한 절반에 가까운 47%나 감소시킵니다. 물 소비량 또한 45%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게다가 자사 상품에 대한 재구매율도 15%나 상승합니다. 꽤나 전략적이죠.

코카콜라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새로운 시선으로 분석해 전략적으로 해결했습니다. 원자재를 바꾸거나 폐기물을 업사이클링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편리함과 나름의 장점이 있는 페트병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흠..미세플라스틱이 걱정 되긴 합니다.

© Coca-Cola

 

재활용도 좋지만 재사용이 더욱 중요🔁

캔, 플라스틱 등 일반적으로 분리수거되는 쓰레기들의 재활용 중요하죠. 그런데 유리병은 예외입니다. 유리병은 재사용되지 않는 한 다른 포장 용기보다 환경에 유해하기 때문인데요.

국제 폐기물 연구단체(IWWG)가 발행하는 공식 학술지 ‘디트라이터스 저널'(Detritus Journal)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1회 사용을 기준으로 유리병이 페트병보다 4배 이상 많은 에너지와 천연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유리에 들어가는 광석 채굴 과정에서 토지 황폐화와 수원 오염, 해양 산성화를 유발하고 이 원재료들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도 배출합니다. 게다가 채굴자에게 영구적인 폐질환까지 유발한다는 것이 그 이유. 단편적으로 봤을 땐 좋아 보이나, 재사용 되지 않는 한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재활용보다 재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입니다. 계산해본다면 유리병의 평균 생산 단가는 병당 약 160원. 사용한 유리병을 수거, 세척한 후 다시 사용하면 병당 평균 50원이 들어갑니다. 3분의 1 가격! 하지만 이 유리병을 녹여 새 병을 만들거나 파쇄해 업사이클링 등 재활용할 경우 병당 평균 160원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새 병을 사용하는 것과 같거나 더 들어가는 것이죠. 물론 기름이 묻거나 깨진 병 등 불가피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필요한 자원과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 등을 고려하면 빈 유리병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위에 말했듯 유리는 플라스틱 만큼 혹은 이를 능가하는 기후변화, 담수 및 토지 오염, 해양 산성화를 유발합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재활용을 넘어 유리병의 리필 및 반환 시스템 등 재사용이 대중화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죠. 번거로울 수 있지만 이는 분명 환경에도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나아가 유리병 이외의 포장재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죠. 바로 순환경제의 비즈니스적 이점이란 것!

© 작은 병뚜경들이 ‘튜브 짜개;로 변신하는 과정_플라스틱 방앗간, 슬로비

 

내일의 맥주병은 만 19세 이상이길🙏

유리병은 최대 20회, 5년까지 재사용할 수 있는데요. 현재 술, 자양강장제를 제외한 유리병은 평균 1~2회에 그치고 있습니다. 나이로 친다면 겨우 1~2살. 예상 수명보다 너무 빨리, 많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파손이 염려된다면 제조 시 내구성을 강화해 파손 위험을 낮추면 되고, 이를 통해 재사용 횟수를 늘려 전체 비용을 감소시킬 수도 있겠죠.

최근엔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유리병 재사용에 대한 수요도 조금씩 증가할 추세. 제조 단가가 올라갈 수 있으나 기업은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거나 비용적인 측면으로만 생각해선 안 됩니다. 시대와 소비 기준이 변하는 만큼 기업의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어필을 통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하여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더욱 활성화 되어야합니다.

이를 위해선 더 많은 사람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기업의 다양한 활동이 단순 그린 워싱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눈이 많아질수록. 기업이 가져야 할 책임도 선명해지기 때문입니다. 빠른 미래엔 유리병의 순환 시스템이 보편화 되어 우리가 마시는 맥주병의 나이도 만 19세 이상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 greenium note

  • 재활용에 비해 주목 받지 못하는 재사용
  • 플라스틱 재활용도 좋지만, 재사용을 통한 순환 시스템 이 더욱 중요
  • 빈 병의 수명 연장과 재사용을 위한 시스템 고도화 필요
  • 이를 위해선 더 많은 사람이 문제의식을 갖고 목소리 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