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지구촌 물류대란, 이상 한파와 극한 가뭄 등으로 인해 슈퍼마켓 선반에 올라오는 식재료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 볼 수 없는 식재료가 점차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인데요. 우리 먹거리를 위한 대안은 없는 걸까요?

얼마전 막을 내린 네덜란드 최대 디자인 축제인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더치 디자인 위크는 지속가능성과 미래를 위한 디자인에 집중한단 점에서 다른 행사와 차별되는데요. 올해 디자인 위크에선 근미래 슈퍼마켓에서 볼 법한 식품과 식품 포장재들이 전시됐습니다.

 

디자인과 혁신으로 미래 음식을 말하다 🍋

디자인으로 사회적 과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방법을 개발하는 더치 디자인 재단(DDF)에서 기획한 ‘앰버시 오브 푸드(The Embassy of Food)’란 부스에서 펼쳐진 이야기인데요. 푸드 디자이너인 아넬리스 헤름선과 흘로웨 뤼체르벨트는 당장 실현가능한 혁신의 범위를 보여주고자 현존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춰 부스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달팽이로 만든 소시지, 4D 프린팅으로 만든 과일, 포장재를 축소한 파스타, 해조류로 만든 식용 포장재 등을 소개하며 2050년 슈퍼마켓의 모습을 그렸는데요. 전시에서 소개된 제품들을 소개한다면.

 

© 샌더 커민스가 개발한 달팽이 소시지_페이스북 갈무리

1️⃣ 탄소배출량 적은 달팽이 소시지부터, 대체육 식감 높일 인공 뼈까지! 🐌

근미래엔 동물성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없단 가정 때문일까요? 부스에 소개된 제품 상당수가 배양육이나 식물성 고기 등 대체육을 소개했는데요. 여러 대체육 중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단연 달팽이 소시지였습니다.

달팽이 소시지는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의 ‘푸드 논 푸드(Food Non Food)’ 학과를 졸업한 샌더 커민스가 개발한 것인데요. 소고기 1kg을 위해선 60kg의 탄소가 배출되고, 두부도 1kg당 탄소가 2kg 정도 배출되는데요. 달팽이 소시지는 1kg에 약 0.7kg의 탄소만 배출된다고 합니다. 달팽이 소시지는 또 기존 방식으로 만든 소시지보다 적은 양의 원료가 필요할뿐더러, 원료가 되는 달팽이는 애초에 아미노산·아연·철분 등 영양가가 풍부해 건강에 이롭다고 하죠.

 

© 마레이레 보헬장이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만든 가짜 고기_홈페이지 갈무리

커민스가 졸업한 ‘푸드 논 푸드’의 주임 교수이자 네덜란드의 유명 푸드 디자이너인 마레이에 보헬장(Marije Vogelzang)이 개발한 대체육도 같이 소개됐는데요. ‘가짜 고기(Faked Meat)’란 이름이 붙은 대체육은 식물성 단백질을 원료로 만들어졌죠. 이름만 들어선 일반 콩고기와 전혀 다를 것 없어 보이는데요. 이 대체육이 특이한 이유는 바로 독특한 디자인과 이야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폰티 고기(Ponti’s Meat)의 경우 먼저 ‘폰티’란 가상의 동물을 만든 것인데요. 보헬장에 따르면, 폰티란 동물은 재를 갉아 먹는 빈 화산에 살아 훈제 냄새가 나고,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허브와 같은 약초를 몸에 발라 위장해 언제나 좋은 냄새가 난다는데요. 즉, 서식지와 생활 방식, 식단에 따라 환상의 동물과 이야기를 정하고, 그에 맞춰 대체육을 설계하는 것!

보헬장은 대체육에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일반인들이 먹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더불어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 재미를 통해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죠.

 

© 유발 얀코비치가 3D 프린팅을 이용해 만든 인공뼈_홈페이지 갈무리

유발 얀코비치(Yuval Yancovitch)란 이스라엘 출신 디자이너는 배양육의 식감을 개선할 수 있는 인공 뼈를 개발했는데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단백질을 원료로 새우, 골수, 갈비, 생선 등 4개의 뼈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식물성 대체육의 대부분은 햄버거 패티처럼 다진 고기 형태인데요. 얀코비치는 일반 고기를 먹는 것과 같은 식감과 느낌을 살리고자 뼈 조직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얀코비치는 각각의 뼈 형태를 오랜 시간 동안 연구했다는데요. 특히, 갈비뼈의 경우 골수와 분리 형태까지 유사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하죠.

 

© 메이든 레비가 설계한 네오 프루트_홈페이지 갈무리

2️⃣ 4D 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과일 🍓

얀코비치가 3D 프린팅 기술로 동물 뼈를 만들었다면, 메이든 레비(Meyden Levy)란 디자이너는 4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인공 과일을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네오 프루트(Neo Fruit)’란 작품인데요. 레비는 역사적으로 풍요의 상징으로 묘사된 식품 중 하나인 과일과 채소가 없는 근미래를 상상하며 네오 프루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네오 프루트는 쉽게 변형가능한 셀룰로스란 물질을 이용해 제작됐는데요. 얇은 껍질에는 채소와 과일에 들어있는 파이토케미컬이 농축돼 있고, 과일 내부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액체를 주입시켜 만들었다고 합니다. 액체 색깔이 본래 과일 색을 연상시켜 잘 익은 과일을 먹는 듯한 만족감을 주고자 노력했다는데요.

네오 프루트는 소비자들이 직접 셀룰로스 물질을 골라 프린팅하고, 본인이 원하는 영양소와 맛 등을 혼합해 액체를 주입할 수 있단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요. 네오 프루트는 3D 프린팅을 이용해 만들긴 하나 햇빛, 물, 온도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물체가 변한단 점에서 4D 프린팅 기술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레비는 ”세계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소비량 증대로 인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지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며 네오 프루트 등 인공 과일을 통해 소비자의 감각적 욕구와 경제적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고 싶었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습니다.

 

+ 3D프린팅은 알겠는데, 4D프린팅은 또 뭐야? 🤔
3D 프린팅은 대상을 마치 복사하듯이 그대로 출력하는 것이 특징이죠. 반면, 4D 프린팅은 변환이 가능한 특수 소재들을 사용하는데요. 3D 프린팅을 공유하나 ‘시간’이란 개념이 추가돼 출력된 결과물의 모양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겪는 것! 부품 및 소재 기술이 가장 중요한 것은 덤.

 

© Morphing Pasta 제공

3️⃣ 끓여야 제 모습 찾는 파스타! 🍝

길고 가느다란 모양부터 돌돌 말리거나 조개 혹은 잎사귀 모양 등 파스타 면은 종류가 다양한데요. 사실 복잡한 모양을 갖춘 파스타는 포장도 운송도 까다롭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복잡한 모양을 갖춘 파스타는 무게에 비해 부피가 큰 편인데요. 같은 무게의 파스타를 포장하면 포장재 쓰레기양도 더 많다고 합니다.

이에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모핑매터랩(Morphong Matter Lab)은 평소에는 납작하나, 요리하기 위해 물에 넣어 끓이면 본 모습을 되찾는 파스타를 개발했는데요. 이른바 ‘모핑 파스타(Morphing Pasta)’란 제품입니다.

작은 성냥갑에 3~4인 분의 파스타면을 담을 수 있는데요. 본인 취향에 맞게 면 종류를 선택할 수 있고, 무엇보다 편의성이 뛰어나단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실제로 모핑매터랩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원은 등산 중 모핑 파스타를 들고 갔는데요. 파스타가 배낭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줄었고, 등산 도중 부서지지도 않아 성공적으로 요리해서 먹었다고.

모핑매터랩을 이끄는 라이닝 야오 책임연구원은 ”납작하게 포장된 가구가 저장 공간을 절약하고 운반을 쉽게 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 기여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연구진에 의하면 모핑 파스타는 기존 전통 방식의 포장과 비교해 최대 60%까지 포장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모핑 파스타는 기존 면보다 더 빨리 삶아진단 장점도 있는데요. 연구진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조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죠.

 

© 소비자가 원하는대로 과일 및 채소를 디자인하는 퓨터 푸드 포뮬라_유튜브 갈무리

4️⃣ 과일, 채소 모양도 소비자 취향껏 디자인해 🍅

근미래 소비자가 직접 과일과 채소 모양을 설계해 먹는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슈퍼마켓에서 바로 말이죠! 클로에 뤼체르벨트란 푸드 디자이너가 만든 ‘퓨처 푸드 포뮬라(Future Food Formula)’의 이야기인데요.

마트를 방문한 고객들이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본인의 취향대로 작물의 크기·색상·맛·영양 가치를 설계할 수 있죠. 고객들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정보를 조절만 하면 되는데요. 이를 통해 고객들 스스로가 농부가 될 수 있단 것이 핵심이라고.

물론 아직은 터치 스크린을 통해 작물을 설계하는 것일 뿐, 실제 내가 설계한 작물을 맛볼 수는 없는데요. 뤼체르벨트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내 농업 기술과 식물 생리학 등을 적용해 해당 작품을 가까운 미래 현실화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일반인들이 미래 식품 공급 체계와 소비 과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서 올해 전시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 2019년 유럽에서 열린 퓨처 푸드 포뮬라의 전시_Future Food Fomula 제공

20여년전 슈퍼마켓의 모습이 다르듯. 미래 슈퍼마켓의 모습도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물건을 터치하면 진열대 위에 매달린 스크린에서 식품의 원산지부터 영양, 성분, 열량, 생산 과정 등의 정보가 모두 뜰지도 모르죠. 여러 데이터가 결합돼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고. 달팽이 소시지나 4D 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과일처럼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식재료가 진열대를 채울지도 모르죠. 2050년 미래 슈퍼마켓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우리 모두 같이 상상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