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중국 베이징 등 내로라하는 세계 대도시 상당수는 매년 자체적인 디자인 박람회, 즉 디자인 위크(Design Week)를 개최합니다.

디자인 위크에서는 시각·인테리어·제품·패션·운송 등 모든 영역에 걸친 그해 트렌디한 디자인이 소개됩니다. 예술교류 및 협력을 통해 디자인 솔루션을 사회 전반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최근 디자인 위크의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에서 ‘순환경제’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로 제8회를 맞인 두바이 디자인 위크(Dubai Design Week)에서도 순환경제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지난달 8일부터 13일(현지시각)까지 엿새간 개최된 박람회에서 어떤 전시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지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 11월 8일부터 13일(현지시각)까지, 엿새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두바이 디자인 위크’가 개최됐다. 사진은 박람회 디자인 구역에 전시된 작품들을 관람 중인 방문객들의 모습. ©Dubai Design Week

‘임팩트 있는 디자인’ 주제로 개최된 두바이 디자인 위크 📢

디자인 위크, 전시회 등 세계 곳곳에서 개최되는 행사에서는 많은 양의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전시장 상당수가 재활용이 어려운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공립기관에서만 전시 1회당 약 20톤 정도의 폐기물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전 세계 주요 예술 행사에서 얼마만큼의 폐기물이 배출되는지는 아직 집계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작품 및 전시장의 수명주기를 고려할 책임이 있단 목소리가 디자인 및 산업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올해 두바이 디자인 위크는 ‘임팩트 있는 디자인(Design with Impact)’란 커다란 주제로 여러 분야의 지속가능한 미래 디자인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여기서 임팩트 있는 디자인이란 업사이클링, 지속가능한 재료 등을 사용해 환경 및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확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의미합니다.

 

▲ ‘당신이 버린 쓰레기 무게는 얼마나 되나요?’란 타이틀로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설치된 전시물의 모습. ©Dubai Design Week

두바이 디자인 위크 야외전시장서 관람객 눈길 사로잡은 전시물은? 🌴

올해 두바이 디자인 위크 야외전시장 입구에는 이탈리아 디자인 스튜디오 ‘쿼르츠 아키텍츠(Quartz Architects)’의 전시물이 설치됐습니다. ‘당신이 버린 쓰레기의 무게는 얼마인가요?’란 제목의 전시물인데요.

스튜디오 측은 건설산업과 우리 일상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촉구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관람객들이 파빌리온을 가로질러 가며 머리위로 쏟아질 듯한 쓰레기들을 보게 되는데요.

이후 관람객들을 ‘옛날의 어떤 숲(Once Upon a Forest)’란 제목의 대형 목재 설치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설치물은 과거 아랍에미리트(UAE) 해안에 무성하게 자란 맹그로브 숲의 풍경을 재해석한 것인데요.

 

▲ 과거 UAE 앞바다에 자란 맹그로브 숲의 풍경을 재해석한 목재 설치물 ‘옛날의 어떤 숲’(왼)을 지나면 야자나무에서 나온 폐기물로 만든 그늘막 ‘팜 르네상스’(오)를 만날 수 잇다. ©Dubai Design Week·Tash Architects, 인스타

숲속을 걸어나간 관람객들은 그 끝에서 인도의 건축 스튜디오 ‘타시 아키텍츠(Tash Architects)’가 만든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팜 르네상스(Palm Renaissance)’라 불리는 작품인데요. 야자나무 잎, 야자 껍질 등으로 만든 태양광 그늘막입니다.

UAE에만 4,000만 그루가 넘는 야자나무가 있고, 야자 껍질 등 연간 50만 톤이 넘는 야자폐기물이 발생됩니다. 이에 스튜디오 측은 야자폐기물을 재활용 소재로 가공해 친환경 건축 자재로 만든 것인데요. 야자폐기물로 만든 그늘막은 통풍 및 온도조절에 매우 우수하다고 스튜디오 측은 소개했습니다.

두바이 도로교통국(RTA)은 1,550개 이상의 버스정류장을 도시 내 추가로 건설할 계획인데요. ‘팜 르네상스’가 정류장 내 그늘막으로 활용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 폐어망을 업사이클링하여 만든 야외전시장 내 휴식공간이자 특별전시물 ‘앨-가르구어(Al-Gargoor)’의 모습. 건축가인 사라 알라예스가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Dubai Design Week

바레인 출신의 건축가 사라 알라예스가 만든 ‘앨-가르구어(Al-Gargoor)’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설치물의 이름인 가르구어(gargoor)는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둥근 어망을 뜻합니다. 오늘날에는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로 만들어지는데요.

알라예스는 이 폐어망을 업사이클링하여 관람객들은 위한 휴식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알라예스는 중동매체 아랍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세대에게 오래된 관습과 전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활동하는 16명의 디자이너 작품이 전시된 공간의 모습. ©Dubai Design Week

폐플라스틱·야자잎 등 업사이클링 솔루션 넘쳐나 🎨

UAE에서 활동하는 16명의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전시된 행사장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재활용 소재, 3D프린터로 만든 작품이 상당수였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두바이에 소재한 ANQA 스튜디오가 만든 분홍색 가구였습니다. 선인장과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가구인데요. 가구 표면에 꽃을 연상시키는 패턴이 드러난 것이 특징입니다. ANQA 스튜디오 공동설립자인 돌로리스 슈라이버는 “쓰레기장 어딘가에서 썩어가는 플라스틱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 선인장, 재활용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분홍색 가구(왼)와 야자폐기물로 만든 베니어(단판)의 모습(오). ©Dubai Design Week

목공예품 디자이너인 림 자겔야자나무에서 나온 폐기물로 만든 ‘팜 베니어(Palm Veneer)’를 선보였습니다. 버려진 야자 잎을 골판지 형태로 압축한 후 베니어(단판)를 만든 것인데요. 강도와 질감 모두 기존 목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자겔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팜 베니어가 “야자산업에서 배출되는 농업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지속가능한 인테리어의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탈린 하즈바르란 디자이너는 두바이 연안에서 수거한 폐로프등 해양폐기물을 의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해당 의자는 두바이 디자인 위크 행사장 곳곳에 배치됐다. ©Dubai Design Week

한편, 탈린 하즈바르란 디자이너는 두바이 연안에서 수거한 폐로프 등 해양폐기물을 좌석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해양폐기물을 상자 형태에 맞게 고온고압으로 압축해 만든 것인데요. ‘퇴적물(Sediments)’이란 이름이 붙은 이 의자는 두바이 디자인 위크 행사장 곳곳에 배치됐습니다.

 

▲ 전시장을 구경 중인 관람객들의 모습. ©Dubai Design Week

“단순한 관람 넘어 디자인·산업계 간 협력으로 이어져야 해!” 🤝

일전에 그리니엄 소개한 가정용 바이오플라스틱 제작 키트, ‘아그로 바이오메테리얼(Agro Biomaterials)’을 제작한 베르타 다이나도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참여했는데요. 일반인들의 참여 속에 바이오플라스틱을 제작하는 워크숍이 제작됐습니다.

영국 유명 패션 브랜드 스텔라 맥카트니는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방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밖에도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서는 ▲순환경제 ▲순환건축 ▲순환디자인 등을 주제로 패널토론 및 공개 워크숍이 다채롭게 진행됐습니다.

박람회 주최사 측은 행사에서 “쓰레기에서 가치를 찾고 순환경제를 상상함으로써 쓰레기 시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이 이미 쓰레기에서 가치를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유형의 전시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디자인과 산업계 간의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