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바다가 따듯해질수록 태풍, 허리케인 등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죠.

지난 14일(현지 시각)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은 뉴욕시가 기후변화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 해안가에 벽을 세우고 있단 소식을 전했는데요.

그리니엄은 극한 허리케인의 피해로부터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14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7,000억 원)짜리 벽을 세우고 있는 뉴욕시의 프로젝트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 (왼) 뉴욕시 도시계획국이 예상한 2050년도 홍수 위험 지도 (오) ESCR 프로젝트 구성안_NYC 제공

2012 허리케인 샌디가 일으킨 날갯짓 🌀

뉴욕시가 해안에 방벽(Sea Wall)을 짓기로 결정한 것은 2013년으로, 허리케인 샌디를 겪은 이듬해였습니다. 허리케인 샌디는 2012년 뉴욕시 등 미국 동북부 지역을 강타했는데요. 뉴욕시에서만 44명이 사망하고, 11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는데요. 당시 전력이 끊기면서 지하철 운영이 중단되고, 600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죠.

또한, 주요 도시 기능이 허리케인으로 인해 멈추자 뉴욕 증시가 1888년 폭설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휴장하게 됩니다. 당시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허리케인 샌디 피해 복구에 4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순수 복구비에만 3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2조 7,000억 원이 소요됐습니다.

이듬해인 2013년 뉴욕시는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를 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뉴욕 증권거래소 등이 모여 있는 로어맨해튼 지역을 감싸는 거대한 방벽이었죠.

이 방벽은 14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7,000억 원)의 비용을 들여 방벽을 세우고 수문 시스템을 강화하는 ‘동부 해안가 복원력(ESCR, East Side Coastal Resiliency)’ 프로젝트의 일부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로어맨해튼 일대 4km 해안을 따라 5m 높이의 방벽이 건설 중이며, 이스트강과 가까운 주거지역인 20번가와 23번가 해안에는 이미 방벽 건립이 완료됐죠. 다른 지역은 2026년에 건설이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 스타이브센트 코브 공원에 건설 중인 해안 방벽_NYC 제공

100년 뒤까지 허리케인 막도록 튼튼하게! 💪

도시를 둘러싼 방벽은 몇 년 전 거인이 나와 화제가 됐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뉴욕시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기후과학자들로 구성된 ‘기후변화에 관한 뉴욕시패널(NPCC)’이 내놓은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로어맨해튼을 둘러싸고 있는 높이 5m의 방벽은 2050년 몰아닥칠 수도 있는 ‘100년 폭풍’에서도 시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됐죠. 해당 연도에 해당 위치에서 발생할 확률이 1%인 폭풍입니다. 해당 예측은 기후과학자들이 2100년의 해수면 상승으로 예측한 것과 동일하다고 하니, 얼마나 튼튼하게 설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러나 뉴욕시는 5m의 방벽에서만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ESCR 프로젝트 방벽에는 약 60cm 높이를 추가할 수 있는 ‘적응형 설계’가 구현됐는데요.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역동성과 심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수면이 기존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상승할 경우를 대비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도시 전역에 걸쳐 배수 시스템이 개선됩니다. 프로젝트에 따르면 새로운 하수관이 도심 곳곳에 건설돼 도시 내륙으로 범람하는 물을 주요 펌프장으로 보낼 계획이죠.

 

© 맑은 날 열려있는 몽고메리 거리의 수문(좌)과 폭풍이 불어 닫혀있는 수문(우) 예상도_NYC

허리케인은 막고 사람은 통할 수 있도록! 🚦

물론 방벽이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단 우려도 있습니다. 일부 지역 공동체의 경우 해안가 접근성을 낮추는 등 악영향도 분명 존재하는데요. 뉴욕시는 프로젝트 설계에서 이런 단점들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뉴욕시의 방벽 곳곳에서는 18개 수문이 설치됩니다. 수문은 평시에는 접혀 있는 스윙게이트형, 옆으로 미는 롤러게이트형 등 미관과 편리성이 고려돼 설계됐죠. 해안에 폭풍이 몰아닥칠 때는 수문이 저절로 닫혀 시민을 보호하나, 맑은 날에는 열려있어 시민들이 수변 공원과 해안가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ESCR 프로젝트에 포함된 ‘이스트리버 파크(Eastriver Park)’ 계획에서 잘 드러납니다. 뉴욕시는 공원에 방벽을 둘러 해변으로부터 ‘분리’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는데요. 프로젝트에 따르면 공원의 토대를 높여 공원 자체가 방벽으로서 기능하도록 설계했죠. 공원 자체의 높이가 기존보다 2.4m가량 올라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공원의 식물도 바다의 염수와 강수량 증가, 강풍 등에 견딜 수 있는 종으로 교체됩니다. 이외에도 테니스장 등 공원 내 다양한 여가문화 시설도 비슷한 높이로 높게 재건될 예정이죠.

 

© 이스트리버 파크 예상 경관_NYC 제공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뉴욕시만이 아닙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제1 실무그룹 제6차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지대에 거주하는 세계 인구의 30%가 해안 침식과 홍수의 영향을 받을 예정입니다. 이는 약 24억 명에 달하는데요. 뉴욕시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극한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적응’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죠.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광역시에서 해수면 상승에 적응하기 위해 해상도시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지난 11월 18일에는 부산시가 UN 해비타트, 오셔닉스와 해상도시 시범모델 건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죠.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나라와 도시 모두 앞다퉈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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