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음식 배달 및 포장이 늘며 일회용 쓰레기가 급증했단 사실, 다들 이미 느끼고 있으실 텐데요. 우리나라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0년 17조 원이 넘으며 3년 사이 600% 가까이 증가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하루 약 1,000만 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배달 용기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회용기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사실 다회용기도 넘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영국 맨체스터대 기후변화연구센터 연구에 의하면, 다회용기는 기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보다 전력 사용량도 많고 세척할 때마다 환경적 부담이 추가되는데요. 캐나다 환경보호단체 CIRAIG는 재사용컵 사용이 의미 있으려면,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플라스틱 텀블러는 50회 이상 사용해야 한단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죠.

즉, 다회용기가 진정으로 지속가능하려면 설계부터 재사용 횟수와 운송 그리고 세척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해야 하는데요. 오늘 그리니엄에서는 다회용기 시스템 표준을 만들기 위해 나선 시애틀의 민관협동네트워크 ‘리유즈 시애틀(Reuse Seattle)’을 소개합니다.

 

© Reuse seattle 제공

다회용기 사용 시스템, 리유즈 시애틀이 표준을 제안해! 🗒️

리유즈 시애틀은 시 당국이 ‘일회용 플라스틱 재사용·리필·교체를 위한 파트너십(PR3)’과 비영리단체 ‘리솔브(Resolve)’와 함께 만든 민관협력네트워크입니다. 리유즈 시애틀은 도시 내 기업과 시민들이 일회용품 대신 재사용 용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죠.

이를 위해 정책 및 법률 전문가, 마케팅 전략가, 연구원, 기술자 등 산업별 전문가들이 한곳에 모여 다회용기 기반시설에 대한 표준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다회용기 사용을 장려할 기반시설 구축에 필요한 표준을 만드는 것인데요. PR3가 개발한 ‘재사용 가능한 포장 시스템 설계 표준’은 크게 8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는 각각 ▲수집지점, ▲용기 설계, ▲디지털, ▲인센티브, ▲라벨링 및 교육, ▲노동, ▲역물류*, ▲제3자식품 세척, 살균 및 취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중 인센티브, 노동, 역물류를 제외한 5가지 부분을 공개하고 있죠. 현재 공개된 내용을 자세하게 들여다본다면.

*역물류: 절감, 재사용, 재활용, 대체 등 폐기물의 관리 · 처리를 위한 기술 및 제반 활동과 관련된 물류.

 

© 리유즈 시애틀이 제안하는 재사용경제 청사진_Upstream 제공, greenium 편집

1️⃣수집지점 부분에서는 원활한 수집을 위해 수집 거점별 세부사항과 라벨링 지침을, 2️⃣용기 부분은 내구성·안전·재고 관리·수거·물류·세척뿐만 아니라 폐기 후 해체를 고려하는 등 다회용기 주재료와 디자인에 대한 요구사항을 명시했습니다. 3️⃣디지털 요구사항에는 모든 참여자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필드의 표준안이 제시돼 있는데요. PR3는 재사용 생태계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데, 이들이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해선 표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죠.

4️⃣라벨링 및 교육에선 기호와 색상 등 디자인과 문구와 어휘 같은 언어 표현에 대한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나열합니다. PR3는 시각 및 청각장애인 등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는데요. 여기서 PR3가 ‘표준’으로서 다양성을 고려하고 있단 점을 느낄 수 있죠.

마지막 5️⃣식품세척, 살균 및 취급은 PR3가 다회용기 설계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입니다. 사용자의 보건과 위생도 중요할뿐더러, 수거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공급자가 안전하기 위한 지침도 포함됐는데요. 이는 오늘날의 지침보다 한 발 더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 공개되지 않은 파트도 중요하단 사실! 🔍

아울러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PR3의 표준에는 ▲인센티브, ▲역물류, ▲노동 등이 포함돼 있는데요. 에이미 라킨 PR3 공동 설립자는 재사용 생태계가 구축되면 플라스틱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 때문에 소득을 잃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우선하면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죠.

 

© (왼) 경기도 다회용기 시범사업 홍보용 카드뉴스 (오) 서울시와 요기요 등이 함께 진행한 다회용기 시범사업

리유즈 시애틀, 한국의 다회용기 서비스를 평가한다면? 🍽️

리유즈 시애틀이 만든 ‘다회용기 기반시설에 대한 표준안’은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다회용기 시스템 구축에 진심인지 알 수 있습니다.

리유즈 시애틀은 올해 초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인데요. 이들의 꼼꼼한 기준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의 다회용기 시스템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에 그리니엄이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각 배달업체와 함께 펼치고 있는 다회용기 배달 시범사업을 살펴보자면.

 

🥡 경기도 사례
지난 2021년 7월부터 경기도 화성시 동탄 1·2지구 등 일부 지역에서 다회용 배달·포장 용기 사용 시범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고객이 경기도의 공공배달 앱 ‘배달특급’을 통해 제휴 식당의 음식을 주문하면서, 다회용기 사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죠. 고객이 음식을 먹고 문 앞에 그릇을 내어두면 다회용기 세척 및 렌털 전문업체가 회수해가죠. 업체가 수거한 다회용기를 세척해 식당 영업 시작 전에 돌려주면, 다시 재사용되는 구조인 것! 경기도의 시범사업은 수거·세척·재사용이라는 재사용 시스템의 기본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PR3가 제시하는 표준과 비교해보면 아쉬운 점을 여럿 찾을 수 있는데요. ▲젖병에 쓰일 만큼 안전한 폴리프로필렌(PE) 소재를 다회용기에 사용했으나 결국 플라스틱이고, ▲수거·세척·재사용 전반을 관리하기 위한 QR코드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 등 디지털화가 빠져있단 것.

 

© 경기도 배달특급과 제휴해 다회용기에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 ‘농가의 하루’(왼)와 서울시와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잇그린의 다회용기와 배달 가방(오)_각각 ’농가의 하루’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시 제공

🥡 서울시 사례
그렇다면 서울시는 어떨까요?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펼쳤는데요.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배달 앱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게 했죠. 이는 경기도와 비슷한데요.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점이 다소 보였습니다.

서울시는 스테인리스 본체와 플라스틱 뚜껑으로 만든 다회용기를 사용했고, QR코드가 찍힌 다회용 배달가방도 사용했죠. 택배, 배달대행업체 등 기존 생활물류네트워크와 협약해 회수 비용도 줄인 점도 특징이었습니다.

PR3의 표준과 비교하면 우선 본체에 스테인리스를 사용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단 점은 칭찬할만합니다. 이는 반대로 보면 운송 측면에서 무게 부담이 늘었단 뜻인데요. 더 효율적으로 운송하기 위해 용기 디자인을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경기도와 달리 QR코드를 사용해 반납 확인이 가능해졌단 것도 장점입니다. 특히, 다회용기는 튼튼한 나머지 반납되지 않고 가정에서 사용되거나 도난당할 여지가 있어 디지털 태그가 중요한데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개별용기가 아닌 가방에만 태그가 붙어 있어 재사용 횟수를 관리하기 어려웠단 것!

 

©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기업 간 맥주병 공유 사례에서 볼 수 있는 풀링 시스템은 운영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해 서로 다른 회사가 동일한 자원을 공유하는 시스템입니다_Unsplash, Fringer Cat

경기도와 서울시, 일회용 플라스틱 해결에 협력할 순 없을까? 🤔

의의도 한계도 많지만, 여러 지자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회용기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 앞으로 또 어디에서 다회용기 서비스가 시작될지 기대가 되는데요. 하지만 자칫 저마다의 플라스틱 또는 그 외 자원을 들인 용기만 대량으로 생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단 것 또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사실 리유즈 시애틀이 표준안을 만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리유즈 시애틀은 다회용기 사용을 장려할 수 있는 인프라가 세계 어디서든 확장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표준을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용기 설계에는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있는데요. 여러 기업이 다회용기 설계를 공유하고, 나아가 용기 자체를 공유하는 *풀링(Pooling) 시스템을 구축하면 운송 및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협력엔 또 다른 장점도 있습니다. 바로 비용인데요. 두 지자체의 시범사업을 지켜본 여론의 우려는 명확합니다. 배달비에 다회용기 사용 비용까지 더하면 부담이 너무 크단 것. 시범사업에선 경기도는 할인 쿠폰을 지원하고, 서울시는 시가 보조한 덕에 다회용기 사용 비용을 1,000원으로 책정했는데요.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요금이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리유즈 시애틀처럼 표준을 정하고 이를 활용하면 서로의 자원과 시설을 공유하는 등 비용을 아낄 수 있단 것!

*풀링 시스템: 서로 다른 회사가 동일한 용기를 공유하는 시스템. 국내에는 소주병 표준용기 공동사용이 있다.

 

© Unsplash, Wil Stewart

작년부터 시범사업을 운영해본 경기도는 올해에도 다회용기 사용 확산을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월까지의 시범사업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인데요. 이미 여타 배달 플랫폼에도 서울시가 다회용기 도입을 제안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죠. 이처럼 앞으로 배달음식에서 다회용기 사용이 더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경기도와 서울시 모델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시범사업 결과를 통해 각각은 더 보완하고 발전해나갈 텐데요. 서로 경쟁하면서도 때론 협력하면서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대안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