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 도시의 아스팔트 길을 걸으면서 유난히 덥다고 느껴본 적 있나요? 혹은 여름밤 채 식지 않은 열기, 열대야에 시달린 적 있지 않나요? 무더운 여름, 도시에서 유난히 더위에 시달리게 되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도시 온난화 ☀️

지난 3일(현지시각)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냉각’ 지침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지침서에 의하면, 도시의 열섬효과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세계 평균의 2배 속도로 더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열섬효과는 콘크리트처럼 열을 잘 흡수하는 물질들로 이루어진 도시가 낮 동안 품은 열기가 밤이 되어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도시의 평균 온도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에 비해 4°C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하죠. 이는 파리협정에서 정한 1.5°C의 2배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 Dimitry Anikin, Unsplash

전 세계적인 도시화로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수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UNEP에 의하면, 2050년까지 세계 전체 인구의 68%가 도시에서 살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같은기간 평균 여름 기온 35°C 이상에 시달리는 도시 인구도 지금보다 8배 증가한 16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도시 온난화가 지금 추세대로 진행될 경우 더위를 피하기 위해 더 많은 냉각시설 설치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냉각시설이 필연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해 도시를 더욱 뜨겁게 만든다는 것. 즉, 냉각시설의 확산으로 도시 온난화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죠. 이 악순환은 경제는 물론 인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구 평균온도가 이번 세기 1.5°C 상승한다는 것을 전제로 봐도 오는 2030년에는 도시 온난화로 인해 8,000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세계 경제에 2조 3,000억 달러(한화 약 2,800조 원)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 저소득층은 냉각시설 접근이 상당히 어려워 건강과 목숨을 잃을 수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 5월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된 국제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1~2018년 지구촌 43개국 732개 지역 내 온열질환 사망자의 약 37%가 기후변화로 목숨을 잃은 것이 확인됐습니다.

 

© 콜롬비아 메데인은 2019년 도시 녹화 계획의 일환으로 ‘녹색 복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_C40 제공

해결책은? 도시 녹화! 🌲

UNEP이 발간한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냉각 지침서는 도시 온난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도시 녹화를 제시합니다. 시내 곳곳에 공원이나 도시숲 같은 녹지 시설을 만들면 열섬효과를 예방함으로써 도시의 전체적인 온도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죠.

식물은 햇빛에 노출될 때 잎에서 증발하는 물을 통해 도시를 식힐 수 있습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소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화창한 날 한 그루의 나무는 10개 이상의 에어컨과 흡사한 냉각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하죠. 녹지 시설이 크면 클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뛰어난 효과를 누릴 수 있기에 도시 계획 차원에서 진행되는 도시 녹화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또한, UNEP은 도시 녹화가 모두가 공평하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정책임을 강조했는데요. 잉거 아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도시 냉각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시 노력의 일부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시 녹화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콜롬비아 제2의 도시인 메데인(Medellín)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데인은 2019년부터 ‘녹색 복도(Green Corridor)’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녹색 복도를 만드는 것으로, 도시 내 18개 도로와 12개 수로 가장자리를 녹지로 바꿨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런던의 지속가능 기반 자선단체인 에쉬든(Ashden)에서 도시 녹화의 좋은 예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페데리코 구티에레스메데인시장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녹지 주변 평균온도가 2°C 정도 낮아졌다고 밝혔죠.

 

© 슈퍼블록 구현 전후의 녹지 공간 비교_Superille 제공

스페인에서도 도시 계획 차원에서 진행된 도시 녹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Superilles)’은 400m x 400m 정사각형 형태로 건물들을 배치하는 도시 계획입니다. 처음 바르셀로나의 도시 계획은 건물들을 재배치함으로써 대중교통 등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을 증가시키려는 목적으로 수립됐습니다. 이를 통해 차량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려고 했죠. 그 과정에서 불과 6%에 불과하던 도심 녹지 공간이 11%나 증가했는데요.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도시 오염 감소는 물론 도시가 시원해지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 보스코 베르티칼레에 있는 식물은 건물 내부 온도 조절에 도움을 준다_David Piras

녹색 꿈을 꾸는 빌딩들 🌇

도시 계획 차원에서 진행되는 녹화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죠. 다행히 도시 녹화가 꼭 도시 계획 차원의 녹화만 일컫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 속 빌딩이 식물을 위한 장소로 변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패션의 도시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밀라노로 먼저 가볼까요. 도시 녹화에 도움을 주는 건물이 도심부에 서 있습니다.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이란 건물인데요. 2014년 27층 규모로 건축된 아파트로 총 800그루의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건축가는 식물들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발코니를 불규칙적으로 배열하도록 설계했는데요. 보스코 베르티칼레의 식물들은 내부 온도 조절에 도움을 주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밀라노 현지에서는 ‘사람도 새도 함께 사는 나무의 집’이란 좌우명으로 부르는데요. 그 좌우명에 맞게 아파트는 새와 나비 등 약 1,600종이 서식하는 요람이 됐다고 합니다.

 

© 일본 후쿠오카의 아크로스 현립 국제관, 120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_Emilio Ambasz & Associates

일본 후쿠오카의 아크로스 현립 국제관(Acros Fukuoka) 역시 빌딩을 통해 도시 녹화를 잘 구현한 사례입니다. 건축가인 에밀리오 암바스는 국제관을 지을 때 현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건물이 들어설 자리가 후쿠오카 중심에 있는 마지막 공공 녹지공간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는 10만m2의 공원을 건물 위로 올리기로 결정합니다.

건설 당시 건물 위에는 76품종의 3만 7,000그루의 식물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새가 떨어뜨린 씨앗이 새로 발아하면서 120여종 5만여 그루의 식물이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건물은 주변 콘크리트 온도와 무려 15°C나 차이를 보이며 뛰어난 기온 상승 억제 효과를 보인다고 하네요.

 

© 호텔의 공중정원은 계단식 논에서 영감을 받은 결과다_Parkroyal Collection Pickering 제공

싱가포르에 위치한 파크로얄 콜렉션 피커링(Parkroyal Collection Pickering) 호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건물은 구불구불하게 생긴 독특한 공중 정원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공중정원의 모양이 건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원은 아시아 특유의 계단식 논에서 착안했다고 하죠.

이 건물 역시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식물들이 공기 청정을 도와주고 주위의 열섬현상을 완화시킨다고 합니다. 파크로얄 호텔은 빗물을 저장해 물과 화장실에서 사용함으로써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있죠.

 

© CHUTTERSNAP, unsplash

도시 녹화는 녹지 근처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 이외에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의 탄소배출량을 감소키고, 에너지도 절약하죠. 녹지에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식하면서 생물다양성도 확보되는데요. 더불어 도시 녹지는 시민들의 소통 창구가 되어주고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난 10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도 미세먼지 차단숲, 도시 바람길 숲 등 생활권 숲 조성 확대 계획이 담겼는데요. 위에서 소개한 건물들처럼 건물을 활용한 녹지가 조만간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에는 우리 일상에 어떤 녹지가 들어설지 기대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