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생산한 휴대전화, 브라질에서 수입한 닭고기, 미국산 소고기 등 우리는 여러 상품을 해외로부터 수입해 소비합니다. 그런데 다양한 수입품을 만들며 발생한 온실가스는 누구의 책임일까요?

유엔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기준에 따르면, 수출국의 통계에 반영됩니다. 따라서 배출량을 줄일 책임도 수출국이 지게 되는데요.

돌연 상품을 소비하는 수입국으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스웨덴인데요. 지난 4월 8일(현지시각), 스웨덴 의회 환경목표위원회(Miljömålsberedningen)는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야심 찬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위원회는 2045년까지 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를 목표로 하는 스웨덴의 ‘국가 기후 목표(National Climate Targets)’수입품의 탄소배출량을 고려한 세부 목표를 추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자국의 환경적 책임을 확대하기 위해 이러한 제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는데요.

 

© EU의회에서 연설 중인 그레타 툰베리_European Union 제공

수입품 배출량을 고려해야 한단 이야기는 이전부터 여러 기후활동가들이 지적해 온 문제입니다.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이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툰베리는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에 실은 칼럼에서 ‘실제 배출량’을 통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역설했죠. 부유한 국가들이 탄소 배출에 제대로 된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통계가 필요하단 것입니다.

툰베리가 현재 탄소배출 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또 스웨덴의 이번 결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스웨덴 의회 “수입품의 탄소발자국도 우리 것!” 🇸🇪

스웨덴은 유럽연합(EU) 내에서도 ‘기후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나라입니다. 2019년 EU 회원국의 환경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에코이노베이션 지수(Eco-Innovation Index)에서 스웨덴은 4위를 차지했는데요. 이미 2017년에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제정하기도 했죠.

지난 8일 이뤄진 합의는 더 나아가 스웨덴의 국가 기후 목표에 ‘소비 기반 배출량(Consumption-based emissions)’을 기준으로 한 목표를 추가한단 정당 간 합의를 이룬 것인데요.

이번 합의의 의미를 알기 위해선 우선, 기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국가 배출 회계 및 보고 지침에 따르면, 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기준은 소비가 아닌 생산 기반을 표준으로 합니다. 국토 내 생산을 기준으로 한단 점에서 국내총생산(GDP)의 범주화와 비슷하죠.

 

© greenium

IPCC가 설정한 현행 생산 기반 배출량(Production-based emissions) 산정 방식은 국토 내 온실가스 배출원을 기준으로 기업의 기후변화 핵심 위험(리스크)를 알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활동으로 인한 배출량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즉, 상품을 실제 사용하는 소비자의 책임이 희석될 수 있단 단점이 있단 것인데요.

일각에서는 현행 산정 방식은 선진국이 다른 국가에서 수입해오는 생산품의 탄소배출에 관한 책임을 가린다고 비판합니다.

반면, 소비 기반 배출량은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경제 활동에서 나오는 모든 배출량을 산정합니다. 소비 기반 배출량 목표를 추가한단 것은 수입품의 탄소배출량까지 포함하는 만큼, 더 많은 배출량을 줄여야 한단 뜻이죠.

 

© 스웨덴 총 소비 기반 배출량(2008-2019)_스웨덴 통계청 제공, greenium 번역

소비 기반 배출량, 대체 얼마나 차이 나길래? 🤔

스웨덴이 소비 기반 배출량 목표를 추가하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까요? 스웨덴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요. 2019년 기준 스웨덴의 소비 기반 배출량은 약 9,300만 톤으로, 이 중 63%는 해외에서 생산된 수입품에서 발생했습니다.

이에 비해 스웨덴의 생산 기반 배출량은 약 5,100만 톤이었는데요. 두 수치만 비교하면 소비 배출량이 생산 기반 배출량보다 약 1.8배나 많습니다.

스웨덴의 국가 기후 목표는 생산 기반 배출량을 기준으로 세워져 있는데요. 이 경우 정부는 생산 기반 배출량을 기준으로 배출 감소 정책을 세워, 소비에서의 배출 감축 정책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 합의에 영향을 준 스웨덴 샬머스공과대학 보고서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연구진들은 보고서를 통해 파리기후협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소비자 행동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스웨덴 의회는 여러 정보를 받아들여, 소비 기반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세부 목표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죠.

 

© 생산 기반 온실가스 배출량과 소비 기반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_International Monetary Fund, greenium 번역

국제 환경 규제 강해질수록 소비 기반 배출량 측정이 필요해! ⚖️

경제 구조에서 수입 비중이 큰 국가일수록 생산 기반 배출량으로만 산정하는 일을 조심해야 합니다. 국제 무역을 통해 탄소 배출이 많은 사업을 개발도상국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이듯 5년간(2008~2012년) 중국은 생산 기반 배출량이 소비 기반 배출량보다 약 2,000만 MtCO2e* 가량 적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제조업 비중이 높은 중국이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소비를 위해 생산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단 것을 볼 수 있죠.

국제 환경 규제가 강해질수록 소비 기반 배출량 측정은 중요해집니다. 기업이 환경 비용 회피를 위해 규제가 약한 개발도상국으로 산업을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기업이 환경 규제가 엄격한 국가에서 관대한 국가로 생산을 이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상황을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이라고 부릅니다.

탄소 누출이 계속되면 환경 규제가 엄격한 국가의 배출량은 감소하나, 개도국의 탄소배출량은 증가합니다. 결국 세계 총 배출량이 줄지 않고 되려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MtCO2e: 이산화탄소 환산톤

 

+ 선진국의 기후 목표 달성 위한 식민지? 🤔

선진국들이 앞다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데요. 그 덕에 선진국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나, 다른 나라의 배출량은 늘어나는 상황.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탄소 식민지’라 부르며 비판하고 있어요.

 

© 스웨덴 의회 내부 모습_Melker Dahlstrand, Sweden.se

소비 기반 배출량, 기존 통계 보완할 때 빛나! 💡

스웨덴 의회 환경목표위원회의 이번 결의안이 채택되면, 스웨덴은 수입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고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것입니다.

물론 유엔의 공식적인 국가 기후 목표는 여전히 생산 기반 배출량을 기준으로 합니다. 스웨덴 또한 기존 목표를 소비 기반 배출량으로 대체한단 것은 아닙니다. 소비 기반 배출량에 대한 여러 우려와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요.

우선 소비 기반 배출량을 산정하는 국제 표준이 마련되지 않은 터라, 산정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입품의 배출량을 파악하기 위해선 라벨링 등 추가적인 조치도 필요한데요. 수입국이 나서서 수출국 정부와 기업이 해당 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하기란 어렵죠. 생산 기반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자국 내의 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실질적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진 및 활동가 또한 소비 기반 배출량은 기존 생산 기반 배출량 통계와 보완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생산 기반 배출량 통계를 활용해 규제와 기술 발전으로 제품 생산 단계의 배출량은 줄이고, 소비 기반 배출량 통계를 활용해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단 것이죠.

 

© Environmental Objectives Committee

물론 이번 결의안은 스웨덴 정당 간 합의에 불과합니다. 결의안은 의회의 공식 채택을 기다리고 있죠. 결의안이 공식으로 채택되면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소비 기반 배출량을 보고하는 국가가 됩니다.

영국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의 기후 전문가 엘리자베타 코르나고는 이번 스웨덴의 결의안에 대해 ‘기후변화의 리더’가 되려는 다른 국가들을 유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스웨덴의 이번 결의안이 기후변화 저지를 위한 행동을 더 가속할 수 있을까요? 설령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스웨덴의 논의를 시작으로, 더 투명한 기후 통계를 만들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활발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