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앞두고 어떤 주제가 나올지 분석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COP27이 개발도상국에서 열리기에, 탄소 식민주의(Carbon Colonialism)가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탄소 식민주의란 단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개도국, 탄소 식민주의에 격분해 💢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가장 중요한 기후 회의로 평가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지난해인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에서는 ‘탄소 식민주의’란 단어가 곳곳에서 들렸다고 합니다.

당시 COP26에서는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을 놓고 막판까지 협상이 진행됐는데요. 당초 계획대로 11월 12일(현지시각)에 협상을 종료할지, 아니면 주말로 연장할 것인가를 놓고 안팎으로 각국의 압력이 거셌죠.

협상 종료일을 하루 앞둔 11월 11일(현지시각), 중국·인도·베트남·에콰도르·사우디아라비아 등 22개 국가로 구성된 ‘강성개도국 협상그룹(LMDC, Like Minded Developing Countries)’은 기자회견을 열고 COP26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는데요. LMDC는 COP26이 탄소 식민주의 행보를 걸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는 COP26 내내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재검토하고, 배출량 현황을 자주 검토해야 한단 내용을 촉구했습니다. 케리 특사는 대중에게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짧은 주기·정기 보고를 통해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 상황을 알고자 했죠.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개도국들을 분노시켰는데요. 중국과 인도 등이 포함된 LMDC는 성명을 통해 “탄소 식민주의와 맞서 싸울 필요가 있다”며 당시 글래스고 협약 초안 전체 폐기를 제안했죠.

 

© (왼) 디에고 파체코 LMDC 대표 (오)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_UNFCCC 제공

볼리비아 교섭대표 겸 LMDC 대표 직책을 수행하는 디에고 파체코는 “LMDC는 세계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최근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며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기후적응·개발도상국 자금 공여·기술 이전·능력 개발 등 시행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그는 이어 역사적으로 탄소배출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선진국들임을 강조했는데요. 파체코는 “기후변화 책임을 개도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탄소 식민주의”라며, 선진국이 역사적 책임을 지고 기후 문제와의 싸움에서 주도적 역할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즉, 기후 문제 해결에 있어 소극적인 행보를 걸은 개도국이 선진국의 탄소식민지로 전락될 수 있다는 ‘탄소 식민주의’에 대한 경계성 발언이었습니다.

 

© 1800년대부터 이어진 각국의 누적 탄소배출량 인포그래픽화_OWID, 데이터 캡쳐

탄소 식민주의는 무엇인가? 🤔

지난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선진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국가는 재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가능하면 1.5°C 이내로 상승을 제한하는 시나리오를 추진 중인 것이죠.

다만, 개도국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책임을 개도국에게 이전하는 시나리오는 결코 용인할 수 없단 입장인데요. 개도국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1.5°C 제한을 놓고 탄소예산(Carbon Budget) 소진의 50% 이상은 선진국 책임이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차이가 있기에 책임도 동등하지 않단 내용의 불만이 COP26 회의 중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선진국은 이미 자국 내 탄소예산을 대부분 소진한 상황이며, 개도국의 탄소예산의 여유분까지 다 쓰고 있는 상황인데요. 개도국들은 이 상황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죠.

실제로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량은 1990년 56억 톤에서 2018년 42억 톤으로 감소했는데요. 유럽 내 최대 배출국인 영국의 경우 1990년 이후 탄소배출량이 44%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선진국들의 배출량은 감소 혹은 안정화됐으나,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선진국들이 국제무역을 통해 환경에 유해한 산업을 개도국들에게 위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선진국이 개도국에게 탄소배출량을 이전하는 외부위탁생산(아웃소싱)으로 인해 개도국들이 탄소 식민지로 전락했고, 이것이 국제무역의 형태로 가려지고 있단 것이죠.

 

© Juniper Photon, Unsplash

어쨌든 개도국 상당수는 식민지 경험과 잔재를 안고 있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탄소 식민주의 도래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위주의 초점을 둔 탄소 식민주의는 기후 문제 장본인인 선진국의 책임을 개도국에게 전가하는 부정적 측면도 야기될 수 있죠.

대다수 선진국이 내걸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개도국이 상당한 부담을 짊어질 수 있어, 선진국만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목표와 기술 그리고 자금 등을 갖출 지도 모릅니다. 결국, 개도국은 탄소란 무형자산을 빼앗기는 수탈자로서 남을지도 모른단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