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사회기반시설 파괴 등으로 입은 물리적 피해만 680억 달러(한화 약 8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학교(KSE)이 집계한 피해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KSE는 러시아군이 침공한 2월 24일부터 4월 1일까지 40일 동안의 피해 규모를 집계했습니다. KSE에 따르면, 도로 파괴에서만 피해액이 290억 달러(한화 약 34조 2,000억원)에 달했고 교량·항만·철도 등 다른 기반시설 피해까지 합치면 580억 달러(한화 약 70조 8,000억원)를 넘었습니다.

아울러 KSE는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만 병원 등 의료시설이 196곳이 파괴돼 재건에 20억 달러(한화 약 2조 4,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KSE는 피난에 따른 노동인력 감축 및 농축산물 손실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포함하지 않았는데요. KSE는 이런 피해까지 모두 더하면 피해규모가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의 3배를 훌쩍 넘을 수 있다고 계산했습니다.

 

© 러시아군의 포격이 폭발을 일으킨 아파트의 모습(왼) 포격 후 시민들이 피난을 떠나는 모습(오)_우크라이나 외교부 제공

UNEP “잔해 처리 및 기반시설 재건은 탄소집약적인 과정” 🛠️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은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지원을 위한 국제기금 조성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EU가 1,000억 유로(한화 약 134조원) 규모의 재건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죠. 뿐만 아니라, 미국과 EU는 대러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 금융기관과 기업 등의 해외 자산을 매각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비용에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에 들어갈 비용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단 점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실(Atlantic Council)은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그램은 현대 유럽 역사에서 가장 큰 사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죠.

문제는 전후 재건 사업은 상당한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배출한단 사실입니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UNEP) 분쟁및재난후관리지국을 총괄하는 하산 파토우는 잔해 처리 및 기반시설 재건은 탄소집약적인 과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파토우는 이라크 전쟁 후 재건 작업을 언급하며 “당시 잔해 처리 운송에 필요한 트럭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지구에서 달까지 여러 번 여행하는 것과 같았다”고 이야기했죠. 그는 또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땅이 파괴됐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누구도 이를 추적하거나 기록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 전쟁으로 황폐화된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의 모습_유엔 제공

전후 재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및 폐기물 배출은 필연적 🏗️

최근 10여년간 전후 재건 프로그램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살펴본다면.

 

1️⃣ 온실가스: 데이터 집계 어려우나 재건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고려돼야 해 💭

사실 지난 10여년간 세계 각지에 흩어진 전후 재건 프로그램에서 온실가스가 정확히 얼마만큼 배출됐는지 계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관련 데이터가 거의 없기 때문인데요. 전후 재건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언급한 자료는 2019년 미국 브라운대 왓슨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가 그나마 유일합니다.

보고서는 군사시설 및 군수산업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원을 크게 7개로 구분했는데요. 해당 7개 배출원에는 도로 등 기반시설 재건 과정에 소비된 에너지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포함됐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구체적인 배출량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또 보고서는 시멘트 생산 등 재건축 과정이나 교전국의 석유기반시설 파괴 및 파괴에 따른 연소과정에서 나온 배출량은 추산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의하면 건물 전체 탄소배출량의 30~70%는 건설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이 사실을 고려하면 이전 분쟁 지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단 점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집니다.

 

2️⃣ 폐기물: 지뢰 등 전쟁잔류폭박물로 철거 작업 속도 ↓, 철거 비용 ↑

온실가스와 달리 폐기물이 얼마만큼 나왔는지 분석한 데이터는 비교적 많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의 경우 전체 가정용 주택의 3분의 1 이상이 손상 혹은 파괴됐는데요. 세계은행에 의하면, 최전선이이었던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만 1,500만 톤 이상의 폐기물이 배출됐습니다. 또 시리아 제3의 도시 홈스에도 530톤 이상의 폐기물이 내전으로 발생했죠.

이라크의 경우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국제테러조직 이슬람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와 분쟁을 겪었는데요. 채 5년도 안 된 기간 동안 이라크 내 63개 도시와 1,556개 마을이 파괴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당시 이라크 정부는 가정용 주택 잔해만 5,500만 톤에 이르며, 파괴된 정부청사 및 공공기반 시설 잔해 규모는 집계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죠.

UNEP은 전후 재건 작업에서 폐기물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거리에 흩어진 쓰레기들은 종전 후 대개 6개월에서 1년 이내 제거되는데요. 이는 일반적으로 전체 폐기물의 15~20%에 불과하죠. 지뢰 제거 작업 후 폐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폐기물이 생성됩니다. 이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는데 짧아도 몇 년 길게는 수십년이 소요되죠.

특히, 지뢰나 전쟁잔류폭발물(ERW)은 전쟁 잔해 철거 작업 시간을 늦추는 주원인입니다. 잔해 회수 과정에서 운송 및 안전한 처리 과정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폐기물 처리 비용도 자연스레 상승하는데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의 경우 지뢰 등으로 인해 폐기물을 도시 밖으로 운반하는 초기 비용만 약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원)가 들어갔습니다.

 

© 러시아군 폭격으로 파괴된 수도 키이우의 쇼핑몰 모습_우크라이나 외교부 제공

도로, 항만, 공항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폐기물이 배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런 문제들까지 다 고려해 좀 더 순환적인 도시로 재건할 수는 없을까요?

2편에서는 순환도시를 위한 기후친화적인 재건 기술들을 묶어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