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도시 글래스고. 현지 시각으로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이곳에선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이 모여 기후 문제를 논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COP26의 결과에 지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COP26이 정치가, 공무원, 전문가들만의 회의가 아니란 거 알고 계셨나요?

COP26이 너무 멀게 느껴지는 여러분을 위해 이번 ‘글래스고 랜선여행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사실 COP26에는 환경운동가, 사회적 기업, 청소년, 그 외 많은 사람이 참여합니다. 당연하죠! 기후변화 문제를 정치가와 전문가에게만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기후변화를 위한 막기 위해 글래스고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방역 패스도 여권이 없어도 문제없는 랜선여행에서 즐겨보세요!

 

© 글래스고 보태닉 가든스 전경_홈페이지 제공

#Dear Green Place, 글래스고 🌲

게일어로 ‘친애하는 녹지’를 의미하는 Glaschu에서 따온 이름 글래스고. 어원과는 다르게 글래스고는 산업화시대, 스코틀랜드에서 손꼽히는 항구도시이자 대영제국의 공장이라 불렸는데요.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강을 끼고 흐르는 지리적 이점으로 조선업이 번창했고 그 외에도 전자제품 조립 등 제조업이 핵심 산업이었다고 합니다. 허나, 도시는 1980년대 들어서며 인구가 줄고 공장이 동유럽과 아시아로 옮겨가면서 변화를 맞았는데요. 제조업과 대기업이 빠져나간 도심에 각종 대학과 연구개발센터가 세워졌습니다.

글래스고에선 그 어원답게 여러 녹색 장소를 다닐 수 있는데요. 특히, 글래스고에서 가장 큰 공원인 폴록 컨트리 파크는 꼭 들려야 할 곳입니다. 2008년에는 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 여타 유럽 공원들을 제치고 유럽 최고의 공원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100년 된 나무가 우거져 있는 글래스고 보태닉 가든스(Glasgow Botanic Gardens), 15세기에 설립돼 글래스고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글래스고 그린 등 도시 안팎으로는 100여 개가 넘는 공원과 정원이 있어 녹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 글래스고 과학 센터 전경_Glasgow Live, 페이스북

#글래스고 과학 센터 🔬

공원만이 아닙니다. COP26을 즐기려면 글래스고 과학 센터의 ‘그린존(Green Zone)’은 절대 빠질 수 없는 곳입니다. 사실 COP26의 메인 행사는 크게 블루존과 그린존으로 나뉘어 열립니다. 블루존(Blue Zone)은 197개 참석국의 대표단이 모여 회담하는 공간으로 일반인이 입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실망은 금물. 우리에게는 더 흥미로운 공간이 남아있습니다. 청소년, 커뮤니티, 예술가 등 다양한 기후 행동 활동가들이 꾸리는 그린존입니다.

그린존 프로그램 중 흥미로운 세션은 ‘우주에서 보는 바다코끼리(Walrus from space)’입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영국 남극조사단(BAS) 소속 과학자들이 협력해 만든 프로젝트인데요.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이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바다코끼리가 처한 위기를 추적해왔습니다. 10여 일의 세션에서는 앞으로 5년 동안 우주에서 촬영한 수천 장의 위성 이미지에서 바다코끼리를 찾는 작업에 참여할 시민 과학자를 모집한다는데요. 최초의 북극 바다코끼리 인구조사라니! 참여 기회가 탐나신다면 ‘우주에서 보는 바다코끼리’ 세션을 추천해 드립니다.

 

© WWF 홈페이지 갈무리

다른 하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게임(Exploring Sustainable Futures Game)’인데요. 참가자들은 기업, 정책 입안자, 시민사회 활동가 등의 역할을 맡습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탐색 보드를 이용해 2050년까지 4가지의 서로 다른 경로를 밟으면서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지를 탐색하죠. 일방적이거나 단발적이기 쉬운 보통의 프로그램과 달리 참여자의 능동적 참여가 가능하고 학교 등 공동체로 확산될 법하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시회, 강연, 영화 상영 및 기술 시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는데요. 자세한 프로그램 일정은 COP26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세션들은 사전등록만 한다면 일반 대중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데요. 또한, 몇몇 세션은 COP26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생중계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생중계는 사전등록조차 필요 없으니 랜선 여행객에게도 안성맞춤!

 

+ 그린존과 블루존은 운영 주체가 다르단 것!
👉 그린존: COP26 주최국인 영국 정부가 운영!
👉 블루존: 유엔에서 운영!

 

© Matt Bridgestock, 페이스북 갈무리

#무료 달리기 투어 👟

한편, 랜선 글래스고가 아닌 진짜 글래스고에선 늘어난 손님에 숙박 전쟁이 일어났는데요. 넘쳐나는 쓰레기, 대중교통 파업 그리고 도로점거 시위 등으로 혼잡한 상황이란 소식도 전해집니다. 이번 COP26에는 2만 5,000여 명이 참석하는데요. 환경운동가 사이에서는 환경 회의를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그만큼의 인원이 오는 것은 모순적이란 목소리도 나온다고 합니다. 비행기, 기차, 자동차 등을 이용해 오는 인원이 늘수록 그만큼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탄소발자국에 대한 걱정은 ‘여행’에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한 건축가가 나섰다고 합니다. 건축가 존 길버트는 글래스고건축협회, 스코틀랜드 생태 디자인 협회, 스코틀랜드 왕립건축가협회 등과 협력해 ‘COP26 러닝 투어 프로젝트(COP26 running tours)’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COP26 동안 글래스고에서 무료로 달리기 투어를 제공하는데요. 참가자들은 길버트와 함께 10km가량 도시 곳곳을 달리며 글래스고가 COP26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탄소발자국 없이 두 발을 내디디며 글래스고의 변화를 지켜볼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죠.

 

© 그랜섬 기후예술상 2021 온라인갤러리 갈무리

#아름다워서 슬픈 벽화 🎨

걷고 달리며 글래스고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놀라운 벽화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을 그린 7개의 벽화인데요. 글래스고를 포함한 영국 7개 도시에서 공개했습니다. 벽화는 COP26을 앞두고 ‘2021 그랜섬 기후예술상’에서 수상한 작품들입니다. 100개 이상의 독창적인 작품이 12세에서 25세 사이 청소년들의 손에서 탄생했는데요. 수상작을 포함하여 출품된 다른 작품들은 그랜섬 연구소가 공개한 온라인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바다가 위기에 처하면 육지로 나온다는 스코틀랜드 민담 속 바다의 여신 스톰_Vision Mechanics, 인스타그램

#친애하는 ‘지구’에게 🌎

2주간의 대장정이 끝나갈 때쯤인 11월 10일. 글래스고에는 10미터 높이의 거대한 꼭두각시 인형이 찾아갑니다. 이 인형은 스코틀랜드의 민담에 나오는 바다의 여신 스톰(Storm)인데요. 물과 해안가의 여신인 스톰은 바다가 위기에 처하면 육지로 나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죠.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스톰은 11월 10일 글래스고 남서부 고반에서 산책을 할 예정입니다. 앞서 스톰은 지난 8월부터 스코틀랜드 내 10개 마을을 여행하면서 청중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파도의 합창을 표현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하는 스톰의 산책은 보는 이들에게 바다와 공동체, 자연과 인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줄 겁니다.

 

© 바다가 위기에 처하면 육지로 나온다는 스코틀랜드 민담 속 바다의 여신 스톰_Vision Mechanics, 인스타그램

대영제국의 공장에서 ‘친애하는 녹지’로 다시 태어난 글래스고. 저는 글래스고의 어원에서 ‘친애하는’을 보고 편지가 떠올랐는데요. 영미권의 편지 작성법을 배울 때면 꼭 DEAR라는 말을 앞에 붙이곤 했던 게 기억납니다.

어쩌면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이번 COP26은 인류가 친애하는 녹지, 지구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닐까요? 위기가 처하면 나타난다는 바다의 여신을 기쁜 마음으로 바다로 되돌려보낼 수 있도록 COP26에서 지구의 미래를 바꿀 합의가 나오기를 바라봅니다.